도니 시 곳간 17
만두빚기 ㅡ
구정 전 날
마지막 차례 준비는
만두 만드는 일
온 식구 모여 앉아
오손도손
만두를 빚는다
어린 조카 녀석
밀가루 반죽으로 히히덕
장난을 치고
다 큰 조카와 딸녀석은
어설픈 솜씨로 고만고만한
만두를 만들어 낸다
밀대로 밀어
만두피를 만들었던 건
이젠 옛날 이야기
자동화된 기계로
넓고 긴 피가 만들어지면
주전자 뚜껑으로 작은피를 그린다
곱게 뜯어
속이랑 사랑이랑 알맞게 넣고
세월과 함께 익혀온 능숙한 솜씨로
아내와 엄마는 고운 만두를 예쁘게 빚는다
부지런히 돌아가는 공장처럼
바쁜 손길 하나 하나에
정성과 기쁨과 재미가 배어든다
새끼를 낳는 어미의 마음으로
조상을 받들고 명절을 치룰
행복 담은 예쁜 만두 가득히 쏟아 낸다.
* 2집 '어떤 그리움' / 2006 / 담장너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