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니 시 곳간 16
겨울 바닷가에서 -
철썩이는 파도 소리
이젠 들리지 않아요
걸어가는 내 발자국 소리만 들릴 뿐
부서지는 흰물결
이젠 보이지 않아요
먼 산에 해지는 노을만 보일 뿐
한동안 머물러
아득한 수평선 너머로
무심히 날려보낸 시선들 속엔
잊어버리고 싶고
지워버리고 싶은 숱한 나날들
숨어 있다
인적 끊어진 겨울 바닷가
숱한 사연 뜨거운 사랑 꽃피우던
지난 여름은 자취 없는데
구름 몇점 심심히 떠도는 하늘 밑
방황하는 갈매기 날개짓도 외로워라
메아리 되어 돌아오는 현실의
뼈저린 이 자각은
텅비어 공허한 가슴
아픈 울분 토하게 만든다
뜨거운 눈물 흐르게 한다
* 2집 '어떤 그리움' / 2006 / 담장너머 //
* 송창식 님의 '철 지난 바닷가'라는 노래가 있다.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는 여름 바닷가보다는
철 지나 조금은 쓸쓸한 바닷가가 더 운치가 있다 .
아무리 오랜만에 보는 바다라고 해도,
그 바닷가 백사장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해질 무렵 한 시간 이상 머무르는 것은 힘든 일이다.
날씨라도 추우면 건강에 문제도 생긴다.
언제 어딘지도 모르는 곳이지만 콘도를 갔었다.
백사장에 앉아 한참 바다를 즐기다 숙소로 돌아가는데
얼마쯤 가자 파도 소리가 더 이상 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이 시상이 떠올랐다.
뒤돌아 보았으니 당연히 흰물결도 보이지 않았다.
이 시도 사진업이 힘들 때 그때의 심정을 읊은 것이다.
그렇게 천직天職을 잃었지만 사진쟁이까지 잃은 건 아니다.
지금은 시 짓는 사진쟁이로 나름 즐겁게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