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니 시 곳간
청복 ㅡ
주머니가 늘 허전해서
마음까지 늘 빈털털이처럼 살았다
작은 마음조차 나누지 못하고
그저 맹탕 고마움만 가슴에 품고 살았다
이제 나이 들어 주머니 풀라는 뜻을 알게 되고
조그은 덜 줄 알 게 된 것은 얼마나 다행인가
타고난 복이 그렇고 그릇이 또한 작아서
늘 소인으로만 살아온 삶이 부끄럽다
가진 것으로 만족할 줄 아는 것은 그나마 청복이다
욕심이 없는 것은 아니나 그 탐함이 적으니 이 또한 복이다
* 12집 '빨래 너는 남자' / 2023 / 담장너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