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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숨이 안 쉬어져요

믿기 힘들겠지만

by ASTER
1. 믿기 힘들겠지만, 갑자기 숨이 안 쉬어지는 순간이 왔다.


살면서 의식하고 숨을 쉬어 본 적이 없다.

살아있기 때문에 숨을 쉬고, 숨을 쉬기 때문에 살아있고. 이건 일말의 노력도 고민도 필요 없는 영역이었다.


2. 믿기 힘들겠지만, 가장 잘하는 일을 하는 순간 나는 통제 불능에 빠졌다.


나는 사람들 앞에서 발표를 잘하고 좋아하는 사람이다. 크건 작건 어느 회의 자리에서나 발언하는 것, 특히 많은 사람 앞에 나가 말하는 것을 자신 있어하고 때로는 좋아했다.

역할 분담을 하면 자료 조사나 제작보다는 발표를 택했다. 그런데 작년부터 나를 무겁게 하며 오랫동안 공들인 "그" 프로젝트 발표를 위해 소개를

진행하던 중 가슴이 쾅 내려앉았다.


물속에 빠진 것처럼 숨이 차고 가슴이 조여왔다. 들숨은 있고 날숨은 없는 중에 간신히 터져 나온 말은


"저 숨이 막혀서.. 말을 못 하겠어요.."


3. 믿기 힘들겠지만, 나보다 일을 걱정했다.


놀란 동료가 바통을 이어받아 대신 발표자로 나서고, 나는 회사 양호실에 뛰어가 안정액을 마신 후 숨을 고르며 정신을 차렸다. 그 와중에도 일이 틀어질 것을 우려해 곧 회의실로 돌아갔다. 하얗게 질려 돌아온 나를 다들 애써 모른 척해주었지만 이미 프로젝트 내용보다는 왜 그럴까. 괜찮을까 하는 물음이 가득했다.


하.. 중요한 자리에서
이게 왠 난감한 시추에이션..



개발자와 기획자들에게 우리의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일의 추진과 성패가 달린 중차대한 자리이다. 나는 진짜 걱정해야 할 것이 무언지도 모른 채 여전히 벌벌 떨리는 가슴을 문지르며 자리를 지켰다.




4. 정말로 믿기 힘들겠지만, 나는 바보다!


그날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프로젝트나 발표의 내용보다는 내 상태를 걱정했다고 한다.

오직 단 한 사람만이

내 상태, 내 정신, 내게 닥친 위협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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