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평균값
사실 나는 네가 그 말을 하기 전부터 알고 있었어.
오늘, 네 평균이 조금 내려갈 거라는 걸.
사실 회의실은 평소와 다를 게 없었지.
유리벽과, 건조한 공기, 과하게 밝은 조명.
사람들은 자세와 표정까지도.
모두 비슷한 각도로 앉아 있었고, 비슷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으니까.
사실 나는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을 거야.
오늘의 네가 겪어야 할 일들을, 애석하게도 오늘이 오기 전까지는 결코 모를 그 순간들을.
사실 그건 아주 작은 변화에 불과하지. 네 살갗이나 네 피 속에 흐르는 세포만큼이나 작아서 존재하지 않는다고 여겨질 만큼 무시해도 좋은, 일종의 사소한 것들이지. 하지만 그거 알아? 모든 두려움은 이런 작은 것에서 시작되거든. 네가 인정하든지 말든지, 의심하든지 믿든지 그런 것과는 상관없이.
“이번 프로젝트는 기존 데이터 기준으로 갑니다. 변동 없이.”
그때 네가 입을 열었다.
“타깃 연령을 조금 낮춰보면 어떨까요?”
아주 사소한 제안이었다.
반대도 아니고, 도전도 아니고, 그저 평균을 살짝 벗어나는 정도.
형식적으로 누구나 던질 수 있는, 그저 분위기 전환용 멘트.
그런데 그때부터 공기가 아주 미세하게 멈추는 걸 봤어.
사람들은 웃었고, 팀장은 고개를 끄덕였고, 누군가는 “좋은 의견이네요”라고 말했어. 그게 진심이든지 거짓이든지, 의미가 있든지 의미가 없든지 상관없다는 듯이. 그저 자동적인 반응이었지. 아무튼 겉으로는 아무 일도 아니었어. 하지만 나는 네가 앉아 있는 자리 주변의 공기가 확 식어가는 걸 느꼈어. 마치 작은 긴장의 기미가 너의 심장에 불을 켜고, 온몸에 전류를 흘려서 마침내 얇은 머릿털까지 일으켜 세우듯이. 어떤 시작이 나타나는 순간을 보았달까.
회의가 끝난 뒤,
너는 습관처럼 단말기를 확인하고, 숫자를 점검하고, 아주 조금 너의 미간을 좁혔다 폈다. 그 작은 표정을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겠지만, 사실 너 조차 스스로 모르고 있었지만, 그건 너의 변화, 너의 불안, 그리고 다가올 위기를 감지하듯 주변의 모든 것을 다시 한번 흔들었지. 너로 인해 세계는 이미 움직이고 있었어. 작은 것 하나가 변하면 세계의 모든 것은 변해버리니까. 존재한다는 것은 영원히 존재하지 않을 수 없으니까.
평균 동조율 81% → 74%
그래, 큰 차이는 아니다. 너는 늘 평균을 잘 유지하는 사람이었으니까. 평균과 표준을 지켜야 하는 세계에서 너는 누구보다 적절하고 적당하고 마땅한 존재이니까. 네가 사랑하고 자부하던 너의 평범하고 균형 잡힌 얼굴은 이제 미세하게 굳어져 엘리베이터 거울 앞에 선다. 조금은 흐릿한, 긴장한 듯 보이는 눈을 바라보며 이렇게 자세히 스스로를 바라본 적이 있었는지 생각하려던 그때, 다른 사람들이 엘리베이터에 오르면서 너는 더 깊이 생각을 이어가지 못한다. 마치 심각해지길 단념한 비극적 스토리의 모든 무심한 주인공처럼.
'이 정도는 괜찮겠지.'
너는 모를 것이다. 평균에서 단 1%만 벗어나도 세계는 뒤틀리고, 사람들의 반응이 달라진다는 걸. 이 세계는 평균을 유지하고 평균으로 수렴한다. 그날 집에 돌아온 너는 피로를 잠시 물려두고 메모를 적어본다.
“나는 평균을 벗어날까 두렵다. 하지만 평균을 벗어난 삶이 궁금하다. 방향을 바꾼다면 나는 사라질까”
네가 적은 문장을 다시 바라볼 때 너의 눈동자가 흔들린다. 아까 거울 속 두 눈을 볼 때 느껴진 낯설고 어색한 느낌이다. 바로 직전까지 몸속에 있던 피나 배설물이 형체가 되어 몸 밖에 흘러나오면 느껴지는 섬뜩함과 혐오감이 뒤섞여 너의 온몸을 지나간다. 내가 지니던 것이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낯섦.
그래, 이상하지. 이상하리만큼 이상하지. 이 세계가 보여주는 꿈같은 현실, 환상 같은 이질감 속에서 그날 밤, 너는 꿈을 꾼다.
사람들이 같은 방향으로 걷고 있었고 너도 그 속에 섞여 걷고 있었다.
“왼쪽입니다.”
누군가의 말에 사람들이 일제히 한 방향으로 움직였다. 너도 함께 움직였다. 끝없이,
그러다 문득 이상하지, 이상하리만큼 이상하지. 그런 이상함을 꿈속의 메아리가, 꿈속의 기억이, 꿈속 너의 의식이 느끼며 너는 발을 멈춘다.
너는 이번에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그 장면을 보고 있다. 사람들이 모두 너에게 고개를 향한다. 표정이 없는 끔찍한 얼굴들이다. 창백한 천으로 가린 듯 얇고 희미한 얼굴들이다. 그들의 눈은 뻥 뚫려있다.
“왜 멈췄습니까?”
그때 뻥 뚫린 허공만큼이나 큰 두려움이 너를 집어삼킨다. 머릿털 끝까지 한기가 느껴질 만큼 식은 공기가 훅 끼쳐온다. 어서 이 꿈을 깨고 싶다고, 이곳을 벗어나고 싶다고 안간힘을 써본다. 왼쪽이 싫어서가 아니라, 오른쪽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이 너만의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던 순간, 요란한 알림에 눈이 떠졌다.
최근 24시간 내 선택 편차 증가 감지.
평균 동조율 하락으로 심리 안정 권고 프로그램을 제안합니다.
너는 화면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조용히 닫았다.
70% 아래로 내려가면 어떻게 될까. 아무도 기준을 말해준 적 없는데 너는 이미 알고 있는 사람처럼 깊은 침묵 속에 잠긴다.
출근하는 지하철 안에서 사람들은 똑같은 기기 속 같은 뉴스, 같은 화면, 같은 영상들을 보고 있었다. 평균을 벗어나는 알고리즘은 이 세계에는 더 이상 없으므로. 정상이라면 그가 접하는 모든 외부적 자극과 정보도, 그에 따르는 반응과 행동들도 평균으로 수렴해야 한다.
그러나 너는 이 순간 혼자 간밤의 꿈을 생각한다. 그러다 잠깐, 건너편 창문에 비친 너의 얼굴을 바라보고 놀란다. 창문에 비친 네 얼굴이 어제와 더 달라져 있었으니까. 이제는 네가 아니라고 생각될 만큼 얼굴이 변해있었다.
설명되지 않는 것들이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너만 모르는 사이에.
(2화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