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양윤화 Jul 06. 2023

 1.쉬엄쉬엄 적당히 살자!

쉬엄쉬엄 적당히 살자!

     

 하고 싶은 게 많았기에 도전하고, 결실을 맺기 위해 열심히 달려왔다.

나다움으로 엄마로 아내로 며느리로서의 역할에 완벽하기 위해, 열정을 쏟으며 소중한 시간들을 보냈다.

소중한 시간들을 알차게 보냈기에, 보람을 느끼며 감사하는 삶을 살고 있다.

살아온 날들보다 살아갈 날이 적은 나이가 되었다.     


  2023년 계획 ‘쉬엄쉬엄 적당히 살자!’

배움에 시간을 적당히 할애하고, 건강을 생각하여 운동에 시간을 투자하자. 적당히 봉사하고 산책과 명상으로 마음 챙김 하며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보자던 2023년 나의 계획은 어디로 갔는지……     


 나의 일상은 여전히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제주시 SNS 시민기자단, 제주시자원봉사센터 홍보기자단, 제주연구원 모니터링단, 제주시 동네 작가, 제주평생교육장학진흥원 홍보서포터즈, 제주소통협력센터 제주생활공론에 참여, 제주도교육청 학생상담자원봉사 연수교육, 2개의 독서토론 모임, 낭독 모임, 글쓰기 동아리, 봉사 동아리……

    

 지인들이 같이 활동하자고 연락이 와서 신청하다 보니 너무 많은 일들을 벌리고 말았다. 독서할 시간이 부족해 잠을 줄이며 책을 읽고 있는 상황이다. 수면 부족과 운동 부족으로 피로가 쌓여간다. 나이를 생각하지 않고 너무 달려가고 있는 현 상황을 보며, 이 나이에 뭐 하는 건지……


 가족들에게 푸념 섞인 말을 하면 돌아오는 대답은, 내편은 “나이를 생각헙 써(생각하세요), 그러다 쓰러지쥬(쓰러진다). 큰애는 내가 엄마라면 운동이나 하고, 책이나 읽고, 지인들과 맛집이나 찾아다니멍 살건디(찾아다니면서 살고 있을 것이다) 뭐 그리 일들을 벌려서 스트레스 받으멍 사나?(받으면서 사시나요?) 지금껏 열심히 살아와시난(살아왔으니까) 이제는 나이를 생각허멍(생각하면서) 건강 챙기멍(챙기면서) 여유롭게 삽써(사세요) 암만 봐도 엄마랑 나랑은 마인드가 많이 다르긴 해 이(르긴 해요)     


 벌려놓은 일들에 쫓기어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다이어리에 빼곡히 차 있는 스케줄에 따라 움직이고 있는 상황이다. 적당히 할까 하다가도 홈페이지에 올라온 내 보고서를 보고 자기네 단체들도 취재를 해서 홍보해 달라는 단체들이 있기에 현장으로 달려가 취재하고 보고서를 작성하게 된다. 현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밝은 에너지가 나의 마음을 움직인다. 가끔은 나의 기를 소진하는 현장도 있지만, 긍정의 에너지가 더 많기에 열심히 활동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올해 초, 제주시자원봉사센터에서 홍보기자단을 모집한다고 했을 때 주위에서 30여 년 봉사한 네가 안 하면 누가 하냐며 내가 적임자라며 신청하라고 이구동성으로 얘기했기에 신청하게 되었다. 위촉식이 끝나고 활동이 시작되었다. 축제 현장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봉사현장을 취재하고 원고를 써서 보고서를 작성하는 활동이다. 다른 활동과 달리 시간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소요되는 부분이 많다. 그렇지만 의미 있는 일이기에 열정을 쏟으며 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달, 홍보기자단 취재로 현장을 다녀온 후 고민이 많았었다. 제주시자원봉사센터, 지역사회협의회, 정신건강센터의 협력으로 운영되는 소도리공론장 사업으로 이루어진 단체 활동 현장을 방문했었다. 센터에서 회원들의 공개되는 내용을 기피한다고 신신당부했다. 취재하면서 이런저런 활동 얘기들을 나누었다. 돌아와 원고를 작성하는데, 그분들 중 절반 이상은 심한 우울증, 자살 시도, 공황장애를 앓았던 사람들이었다.


 극복하기 위해 방법을 모색하던 중 집 밖으로 나와서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며, 소통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취지에서 활동을 하기 위해 지역단체와 기관이 만든 소모임이었다. 그런 분들이었기에 취재했을 때 취재 내용 중 많은 양은 뺄 수밖에 없었다. 집안에서만 생활하던 분을 집 밖으로 나오며 하나씩 극복하게 되었는데 그 사실들을 지인이라도 알게 되면 곤란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원고를 쓰다 수정하기를 몇 차례 했다. 극단적인 상황까지 갔던 분들에게 따뜻한 손길을 내밀어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시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에  나 또한 힘들지만 아름다운 사회에 보탬이 되고자 활동을 계속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나의 여가 생활보다 사회를 위해 뭔가를 보탤 수 있다는 게 의미 있는 삶이라 힘들지만 계속 이어나가고 있는 중이다. 그런 생각으로 살다 보니 어느덧  봉사활동도 30여 년이 되었다. 오랜 시간 봉사활동을 해 왔기에 현장에 가 보며 아는 분들을 종종 만나기도 한다.          


 지금 하고 있는 일들도 벅차기에 이제는 더 이상 일을 확장시키지 않으리라 생각하며 생활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달 또다시 일을 만들고 말았다.

 완강히 안 한다고 했던 제주도 교육청 학생상담자원봉사자 연수교육은 지인이 꼭 신청해 달라고 부탁을 하는 통에 (미달되면 폐강된다길래) 신청할 수밖에 없었다. 접수 마감되어 신청결과를 보니 지인이 걱정과는 달리 신청자가 엄청 초과되어 우선순위로 선발하는 교육이었다.

헐, 이게 아닌데……     


 30여 년 전, 교육현장에서 아이들의 심리를 아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 상담교육을 받고 상담 봉사를 했었다. 그때 조금 힘들었던 기억이 있어 상담 봉사는 기피했었다. 많은 세월이 흘렀다. 30여 년 전 그때와는 많이 달라졌다. 많은 아이들과 접하면서 아이들의 심리를 많이 이해하게 되었다. 아이들을 편안하게 보듬어 줄 수 있는 여유도 생겼다. 힘들어하는 아이들을 감싸주며 고통을 이겨낼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기에 신청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일을 만들지 않고 쉬엄쉬엄 적당히 살자던 이는 어디로……     


내년에는 꼭 지키자!

쉬엄쉬엄 적당히 살자!

작가의 이전글 사랑의 메아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