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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얼마나 쉽게 믿는가?

마케팅은 과학적으로┃Ep13. 기본적 수용 편향

by 혜온

행복에 관한 연구로 유명한 심리학자 대니얼 길버트는 1990년대에 흥미로운 연구를 통해 스피노자의 가설을 검증했다. 이 이론에 따르면, 사람들은 새로운 정보를 접할 때 우선적으로 이를 사실로 받아들이며, 나중에야 비로소 그것이 거짓인지 판단한다. 길버트의 실험에서 피험자들에게 거짓 명제를 제시하고 주의를 분산시키자, 피험자들은 거짓된 정보를 더 자주 수용했다. 이는 인간이 어수선하거나 시간 압박을 받을 때, 정보를 검증할 기회가 없으면 무의식적으로 이를 믿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현상을 심리학에서는 기본적 수용 편향(Default Acceptance Bias)이라 부른다. 새로운 정보를 접하면, 뇌는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해 우선 이를 받아들이는 과정을 거친다. 이는 우리가 매 순간 신속히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도록 돕는 생존 메커니즘의 일부지만, 마케팅에서는 이를 소비자 심리를 이해하고 활용하는 강력한 도구로 전환할 수 있다.


우리는 얼마나 쉽게 믿는가?





기본적 수용 편향이란?


사람들은 새로운 정보를 접할 때, 비판적으로 검토하기보다는 먼저 이를 수용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기본적 수용 편향(Default Acceptance Bias)은 우리가 정보의 진위를 검증하지 못하거나 검증할 시간이 부족한 상황에서 특히 강하게 나타난다. 우리의 뇌는 정보를 처리할 때 효율성을 우선시하며, 정보의 진위 여부를 즉각 판단하기보다는 일단 받아들여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는 원리를 따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광고에서 "10명 중 9명이 만족한 제품"이라는 메시지를 접한 소비자는 그 주장이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지 즉시 검증하지 않는다. 대신, 이 메시지를 사실로 받아들인 후, 잠재적으로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게 된다. 이러한 초기 반응은 우리의 뇌가 새로운 정보를 처리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과정에서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설계된 진화적 메커니즘에 기반을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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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의 작동 방식과 기본적 수용 편향


기본적 수용 편향은 우리의 뇌가 정보를 받아들이고 처리하는 방식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뇌의 전두엽(prefrontal cortex)은 정보를 분석하고 검증하는 역할을 맡고 있지만, 이 과정은 시간과 에너지를 많이 요구한다. 반면, 새로운 정보에 대한 초기 수용은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이루어지며, 뇌의 편도체(amygdala)와 같은 감정 처리 영역과도 연결되어 있다.


이 편향은 특히 광고나 마케팅 메시지에서 자주 활용된다. 광고에서 반복되는 슬로건이나 권위 있는 목소리로 전달되는 정보는 소비자의 뇌가 일단 이를 진실로 받아들이는 경향을 강화한다. 이는 소비자가 정보를 비판적으로 검토하기 전에 이미 긍정적인 인식을 형성하게 만든다.






기본적 수용 편향을 이용한

마케팅 전략 사례 분석, 3가지


사례 분석 1 : 코카콜라의 "Open Happiness" 캠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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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카콜라는 "Open Happiness"라는 단순한 슬로건을 통해 소비자와 정서적 연결을 구축하며 브랜드의 이미지를 공고히 했다. 이 문구는 음료의 기능이나 맛을 강조하지 않고, 행복이라는 감정적 가치를 전달하는 데 집중했다. 브랜드가 주입한 행복의 이미지는 소비자들에게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하며, 단순히 음료가 아닌 삶의 긍정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매개체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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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열다"라는 메시지는 기본적 수용 편향(Default Acceptance Bias)의 특성과 맞닿아 있다. 사람들이 처음 접한 정보를 비판적으로 검토하기 전에 수용하는 심리적 경향을 활용해, 이 문구는 소비자들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행복과 브랜드를 연결하도록 유도했다. 광고와 패키지, 소셜미디어 캠페인을 통해 일관되게 전달된 메시지는 단순한 친숙함을 넘어, 신뢰와 긍정적인 감정으로 소비자 마음속에 자리 잡았다. 특히 광고에서 보여준 친구와의 파티, 가족의 단란한 순간, 여유로운 휴식과 같은 이미지는 소비자들의 뇌에서 행복이라는 감정을 활성화시키며, 이를 브랜드와 연결 짓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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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Open Happiness"란 문구를 반복 노출 효과(Repetition Effect)와 기본적 수용 편향을 결합하여 효과를 극대화했다. 메시지의 간결함과 직관성 덕분에 소비자들은 논리적으로 분석하려 들기보다는 이를 감정적으로 받아들였고, 슬로건은 점차 그들의 신념 체계에 흡수되었다. 브랜드는 광고뿐 아니라 이벤트와 패키지에서도 일관된 경험을 제공하며, 소비자들에게 "행복을 제공하는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강화했다.


이 슬로건은 소비자들에게 코카콜라를 단순히 음료가 아닌 행복을 소비하는 경험으로 인식하게 만들었다. 사람들은 코카콜라를 선택할 때 단순히 갈증 해소가 아닌 감정적 만족감을 기대하며 구매했다. 이는 슬로건이 브랜드 로열티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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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카콜라의 사례는 소비자 신념이 단순히 제품 품질에서만 비롯되는 것이 아님을 시사한다. 메시지의 반복과 감정적 연결, 그리고 일관성 있는 전달은 소비자의 마음속에 브랜드를 각인시키는 데 필수적이다. "행복을 열다"라는 문구는 코카콜라를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게 한 핵심 요소로, 소비자의 신념과 브랜드 간의 강력한 연결이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로 남아 있다.




사례 분석 2 : 삼성전자 갤럭시 Z 시리즈의 "Unfold Your World" 캠페인


삼성전자의 갤럭시 Z 시리즈 "Unfold Your World" 캠페인은 기본적 수용 편향을 활용한 마케팅 전략의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캠페인은 접이식 스마트폰이라는 혁신적 기술을 소비자들에게 직관적으로 전달하며, 소비자들이 새로운 기술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도록 설계되었다. 메시지는 단순히 제품의 기술적 특징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소비자들의 삶의 방식을 변화시키는 감성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갤럭시 Z 시리즈의 광고는 제품이 펼쳐지는 시각적 효과와 함께 다양한 일상적 상황을 묘사하며, 소비자들이 이 제품을 사용하는 자신을 쉽게 상상할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예를 들어, 광고 속에서 창의적인 멀티태스킹을 수행하거나 특별한 순간을 기록하는 장면은 단순히 기술적 우위를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이 "제품이 내 라이프스타일을 더 풍요롭게 할 것 같다"는 인식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만들었다. 이는 기본적 수용 편향의 심리적 메커니즘을 활용한 사례로, 새로운 정보를 접한 소비자가 먼저 이를 사실로 수용하고 나중에 검토하는 심리를 교묘하게 활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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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또한 "Unfold Your World"라는 핵심 메시지를 광고, 소셜미디어, 이벤트 등 다양한 접점에서 일관되게 전달했다. 메시지의 반복 노출은 소비자들에게 갤럭시 Z 시리즈가 단순한 스마트폰을 넘어 미래 기술의 상징이라는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소비자들은 광고 속 첨단 기술의 시각적 표현과 함께, 제품이 자신들의 삶에 실질적 가치를 더할 수 있다는 신념을 점차 강화하게 되었다. 이는 기본적 수용 편향과 반복 노출 효과가 결합하여, 소비자들이 광고의 진위를 검토하기 전에 브랜드 메시지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도록 만든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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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 캠페인은 소비자들이 제품을 경험하기 전에 이미 긍정적인 기대를 형성하도록 유도했다는 점에서 성공적이었다. 갤럭시 Z 시리즈는 혁신적 기술과 실질적 효용성을 모두 갖춘 제품으로 광고되었으며, 소비자들은 이러한 기대를 실제 사용 경험으로 연결하며 초기 신념을 더욱 공고히 했다. 제품을 사용하는 순간, 소비자들은 광고에서 본 이미지를 재확인하며 브랜드에 대한 신뢰를 형성했다. 이는 소비자들의 초기 기대와 실제 경험이 일치하거나 이를 초과했을 때,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강화된다는 마케팅의 기본 원칙을 잘 보여준다.

Screenshot-2022-08-18-085621-e1660809517966.jpg 출처 : London Daily News

삼성전자의 "Unfold Your World" 캠페인은 기본적 수용 편향을 이해하고 이를 전략적으로 활용한 케이스로, 소비자 신념 형성과 브랜드 로열티를 유도하는 데 있어 성공적인 마케팅 케이스라 할 수 있다. 제품의 혁신적 특성과 감성적 메시지를 결합하여, 소비자들에게 단순히 기술을 판매하는 것을 넘어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했다는 점에서 이 캠페인은 현대 마케팅의 중요한 교훈을 남긴다.




사례 분석 3: 비건 뷰티 브랜드 러쉬(Lush)의 "Naked Campaign"


비건 뷰티 브랜드 러쉬(Lush)는 "Naked Campaign"을 통해 기본적 수용 편향을 마케팅 전략에 성공적으로 활용한 사례를 선보였다. 캠페인은 러쉬의 포장 없는 제품 라인을 중심으로 펼쳐졌으며, 지속 가능성과 환경 보호라는 메시지를 소비자들에게 강렬하고 직관적으로 전달했다. 특히 "Naked"라는 단어 선택은 단순한 포장 없는 제품을 넘어, 브랜드의 철학과 정체성을 함축하는 상징으로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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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는 러쉬의 직원들이 실제로 나체로 등장해 플라스틱 포장 폐기물 문제를 비유적으로 보여주는 장면들로 구성되었다. 이러한 비주얼은 소비자들에게 즉각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키며, 포장 없는 제품이 환경 보호를 위한 실질적인 대안이라는 메시지를 감정적으로 전달했다. 메시지는 단순히 정보 제공에 그치지 않고, 소비자가 이를 사실로 받아들이고 실천하도록 유도하는 강력한 촉매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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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쉬는 광고와 캠페인 영상, 매장 내 디스플레이를 통해 환경 보호라는 브랜드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반복했다. 반복 노출 효과는 소비자들이 포장 없는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단순한 뷰티 소비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지구를 위한 행동이라는 신념을 형성하도록 도왔다. 이는 기본적 수용 편향의 작동 원리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소비자들이 광고의 진위를 비판적으로 검토하기 전에, 러쉬의 메시지를 신뢰하고 받아들이며 제품을 선택하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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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러쉬의 "Naked Campaign"은 뇌과학적으로도 설득의 메커니즘을 잘 활용했다. 환경 보호라는 메시지는 소비자의 감정적 뇌 영역인 편도체(amygdala)를 활성화시켜, 문제 해결에 기여하고 싶다는 감정을 자극했다. 동시에, 포장 폐기물에 대한 데이터와 구체적 사례는 논리적 사고를 담당하는 전두엽(prefrontal cortex)에 호소하며, 소비자들이 메시지를 사실로 받아들이게 했다. 이처럼 감정적 연결과 논리적 설득을 결합한 접근법은 소비자들이 브랜드 메시지를 깊이 내면화하도록 만드는 데 효과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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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쉬는 이 캠페인을 통해 단순히 포장 없는 제품을 판매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러쉬의 소비자들이 제품 구매를 통해 지속 가능성이라는 더 큰 목표에 기여하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었다. 러쉬 유저들은 자신이 러쉬의 제품을 선택함으로써 환경 보호의 일원이 된다는 자부심과 정체성을 형성했다. 이 과정에서 브랜드는 소비자와의 정서적 유대감을 강화하며, 단순한 소비를 넘어선 윤리적 선택의 경험을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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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쉬의 "Naked Campaign"은 기본적 수용 편향을 기반으로 설계된 마케팅 전략의 성공 사례로 볼 수 있다. 반복적이고 직관적인 메시지를 통해 소비자들이 브랜드의 철학을 신뢰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는 점에서, 이 캠페인은 지속 가능성을 마케팅 전략으로 통합하려는 브랜드들에게 중요한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소비자 내면의 인식 체계를 건드리고 이를 행동으로 연결하는 힘,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브랜드 충성도를 강화하는 메커니즘을 이해한 러쉬의 사례는 마케팅에서 친환경적 지속 가능성에 대한 가치 부여, 그리고 감정적 설득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브랜드 신뢰, 믿음의 기본값을 설계하라


사람들은 믿음으로 시작한다. 새로운 정보를 접할 때, 우리는 보통 먼저 받아들이고 나서야 비로소 평가한다. 이 첫 번째 믿음은 브랜드와 소비자 사이를 잇는 다리가 된다. 마케터는 이 다리가 얼마나 단단하고 지속 가능한지 결정짓는 설계자다.


신뢰는 기대를 충족시킬 때 더욱 견고해진다. 소비자가 브랜드를 통해 기대했던 경험을 얻었을 때, 단순한 믿음은 신뢰로 진화한다. 그러나 그 믿음은 언제든 실망으로 바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작은 실수 하나라도 그 다리를 흔들리게 할 수 있다.


출처 : Pinterest, @pelinzubari

신뢰를 설계하는 일은 책임을 요구한다. 진정성 없는 메시지나 일관되지 않은 경험은 소비자의 기대를 배반하고, 그 순간 믿음은 금이 간다. 반대로, 브랜드가 일관된 메시지와 행동으로 소비자의 신뢰를 존중할 때, 그 관계는 단순한 거래를 넘어 감정적 유대로 이어진다.


브랜드는 소비자의 믿음을 매일 갱신해야 한다. 처음 믿음을 얻는 것은 쉽지만, 그 믿음을 유지하는 것은 오랜 정성과 진정성을 필요로 한다. 마케터의 메시지는 소비자의 일상 속에서 하나하나의 작은 진실이 되고, 그 진실은 시간이 지날수록 신뢰로 자리 잡는다. 소비자가 브랜드를 선택할 때, 그것이 단순한 제품이나 서비스가 아니라 자신이 기댈 수 있는 이름이라고 느끼게 만드는 것. 이것이 믿음의 기본값을 설계하는 일의 궁극적 목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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