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컬하지 말아요

by 혜온

냉소는 쉽다.

다정한 말을 건네기보다는 모른 척하는 게, 진심을 보이기보다는 가벼운 농담으로 넘기는 게 덜 피곤하다. 누군가의 선의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괜히 그 안에 숨겨진 의도를 의심한다. 세상은 그렇게 돌아간다. 온정보다는 거리 두기가, 믿음보다는 불신이 편리한 사회.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그 편리함 속에서 자연스럽게 시니컬해진다.


그래서 선한 사람은 살아가기 어렵다. 이기적인 사람이 이득을 보고, 냉소적인 태도가 현실적이라고 여겨지는 곳에서 선하게 살아간다는 것은 단순한 성향이 아니라 하나의 투쟁이다. 그런 사람들은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싸운다. 이용당하지 않기 위해, 조롱당하지 않기 위해, 그렇다고 자신이 혐오하던 냉소의 편에 서지 않기 위해. 쉽게 부서지지 않기 위해, 그들은 매 순간 더욱 단단해져야 한다.


반면, 시니컬한 사람들은 편하다. 그들은 세상을 한 발짝 떨어져 바라보며, 모든 것에 시큰둥한 표정을 짓는다. 누군가 진심을 다하면 순진하다며 비웃고, 선한 마음을 드러내면 세상 물정 모른다고 가르치려 든다. 정작 그들은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지도 모르면서, 세상을 향해 피곤하다는 말만 반복한다. 냉소 속에 숨으면 안전하다. 무언가를 사랑하지 않으면 잃을 것도 없고, 진심을 내어주지 않으면 상처받을 일도 없다. 하지만 그렇게 스스로를 지켜낸 끝에 남는 건 무엇일까.


진짜 강한 사람은 인간적임에서 쉽게 멀어지지 않는다. 한계를 긋고 비웃는 대신, 다가가고 감당해낸다. 선한 사람은 약한 것이 아니라, 냉소를 이겨냈기 때문에 강한 것이다. 냉소는 세상을 바꾸지 못한다. 세상을 바꾸는 건 결국, 시니컬한 태도가 아니라 끝끝내 따뜻함을 잃지 않는 사람들이다.


그러니 제발, 시니컬하지 말자. 냉소는 자신을 세상과 분리된 존재처럼 보이게 하지만, 실은 주변에 그 누구보다 세상에 휘둘리고 있음을 드러낼 뿐이다. 다정함을 모른 척하고, 진심을 깎아내린다고 해서 더 센 사람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렇게 감정을 소진하는 동안, 스스로가 경멸하는 바로 그 공허함 속에 깊이 빠져들 뿐. 세상을 비웃는 건 쉽다. 하지만 그 비웃음이 끝난 뒤, 당신 곁엔 무엇이 남아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