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창문을 열자, 찬바람이 살짝 들어와 창문 앞 테이블에 놓아두었던 컵 안으로 파고들었다. 공기는 아직 차고 투명했지만, 어딘가에서 느껴지는 따뜻한 볕이 하루를 열 준비를 하는 듯 보였다. 사람들의 한 주가 그렇게 잔잔히 시작되는 걸 바라보는 건 의외로 묘한 안위를 준다. 분주한 도시의 시간 속에서, 우리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얼굴들과 스쳐 지나는 동시에 몇몇 특별한 이들과는 긴 시간을 공유한다.
그런데 어느 순간 불현듯 궁금해진다. “나에게만 다정한 사람이 정말 좋은 사람일까?” 가령 내 앞에서는 한없이 미소 짓고 살가운 말투를 쓰면서도, 다른 사람에게는 무뚝뚝하거나 때론 거칠게 대하는 모습을 볼 때면, 마음이 살짝 시려온다. 그 사람의 따스함이 조건부처럼 느껴질 때, 혹시 내가 그의 기대나 필요에서 벗어나면 똑같이 차가운 표정을 마주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때로는 소중한 친구로 여겼던 사람이 다른 사람에 대해 거친 농담을 던지는 광경을 본 적도 있다. 우연히 마주한 그 순간, ‘아, 저 말투나 태도가 어느 날 내게도 향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스쳐 가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깨끗하다고 믿었던 잔에 보이지 않던 얼룩이 문득 비치면, 마치 그제야 발견한 것처럼 놀라듯이 말이다.
어쩌면 진정한 사람의 모습은 한 대상에게만 부드럽게 드러나는 게 아니라, 누구와 마주하더라도 상대를 존중하는 태도에서 드러난다. 물론 모든 사람들에게 완벽히 친절하기란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그 속에서 드러나는 기본적인 배려, 인간이란 존재에 대한 예의를 지킨다면, 그래도 그 마음은 한결같다고 느껴지기 마련이다.
사람을 선뜻 단정 짓거나 의심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우리가 함께 살아가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누군가가 진심으로 나를 아껴주는 것인지, 혹은 자신의 이익이 있을 때만 헌신적으로 보이는 것인지는 한 번쯤 곰곰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그러면서 동시에 나 역시 다른 누군가에게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결국 우리가 바라는 건, 서로가 좀 더 부드러운 마음으로 이어지는 일이지 않을까. 눈앞의 사람이 다른 누군가를 대할 때 보여주는 태도는, 내게도 돌아올 수 있는 태도라는 걸 잊지 않는 것. 그리고 나 역시 누구에게나 크게 다르지 않은 존중으로 대하며, 애초에 이 세상이 조금은 더 친절해지길 바라며 살아가는 것.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늦은 오후가 찾아왔다. 작업을 하다 문득 창밖을 내다보니, 겨울 해가 조금씩 기울어 갔다. 오후 시간에 맞춰 타온 따뜻한 보리차를 담은 컵, 그 잔 속의 남은 온기가 시나브로 식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또다시 그 자리는 다른 미묘한 온기로 채워질 것이다. 마치 진짜 좋은 사람과 오랜 신뢰를 쌓는 일처럼. 시간이 지날수록 그 따스함은 다시금, 더욱 더 깊어질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