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밤이 우리에게 남긴 것

by 혜온

어둠이 내리고, 불이 꺼진 방 안에 누워 있다. 창밖에서는 희미한 불빛들이 점처럼 깜빡인다. 어둠은 묘하게 부드럽다. 모든 것을 지워버리는 동시에, 모든 것을 채울 수 있을 것 같은 공간을 만든다.


텅 비어 있다는 감각은 때때로 나를 불안하게 만든다. 무언가를 믿고 싶지만 확신이 없고, 미래를 그려보고 싶지만 형체가 없다.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조차 알 수 없을 때, 나는 나 자신이 너무 비어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그런데 문득, 허무는 단순한 공허함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허무는 그저 무언가가 움트지 못한 자리일지도 모른다.


답을 알지 못한다는 것은, 아직 어떤 답도 고정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정해진 길이 없기에 어느 방향으로든 갈 수 있다. 선택지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오히려 무한히 펼쳐져 있는 상태. 그렇다면 허무는 결핍이 아니라,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될 수 있는 자리일 수도 있겠다.


밤이 깊어질수록, 나는 내가 무엇을 알고 있고, 무엇을 모르는지 생각해 본다. 도대체 아는 것이 없어서 상상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기분이 들 때도 있다. 그러나 텅 빈 공간 속에서 상상은 처음으로 자리를 잡기 마련이다. 어쩌면, 허무는 두려운 것이 아니라 반드시 지나야 할 순간이었을까.


나는 허무를 안고서도 살 수 있을까. 그 허무를 부정하지 않고, 두려워하지 않고, 그것이 비어 있는 그대로 존재하도록 두면서도. 어쩌면 그래야만, 그 자리에서 새로운 무언가가 자라날 수 있을지도.


그렇게 생각하며 눈을 감는다. 바깥의 불빛이 사라지고, 어둠이 한층 더 깊어지는 듯하다. 그리고 그 안에서, 아주 희미하게 무언가가 떠오를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그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