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서로의 길을 떠나보낼 때

by 혜온

나는 이제야 안다. 끝내는 것과 떠나보내는 것 사이에는 아주 미세한 결이 있다는 걸.

모든 것을 정리하고 돌아서는 순간들. 한때는 가까웠지만, 어느 틈엔가 엇갈리기 시작한 마음들.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하고 있다는 걸 알아차리고도, 한동안은 모른 척 붙들고 있었다. 하지만 오래 붙든다고 해서 같은 길이 되는 건 아니었다.


그 사람은 조금 일찍 앞질러 걸었고, 나는 뒤에서 자꾸만 다른 방향을 바라보았다. 어쩌면 우리는 애초부터 같은 시간 속에서 걷고 있었을 뿐, 같은 목적지를 향했던 건 아니었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더 이상 같은 곳을 보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 나는 그 흐름을 굳이 거스르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아주 오래 생각했다.

이건 멀어지는 걸까, 아니면 원래부터 조금씩 어긋나고 있었던 걸까.

끝이라는 말은 언제나 조금은 무례하게 느껴진다.

소리 없이 멀어진 것들은, 시간이 지나도 이상하리만큼 오래 마음에 머문다.


결국 남은 말은 하나뿐이었다.
"모두 자기 길을 가도록 보내준 것뿐이죠."

애써 담담한 척 하지만, 사실은 그런 말로밖에 설명할 수 없는 감정도 있다.

이런 말은 체념 같기도 하고, 받아들임 같기도 하다.


우리는 모두 자기만의 속도로, 각자의 계절을 통과하며 살아간다. 언젠가 곁에 머무는 시간이 있었던 것만으로도 충분했다고, 마음 한켠에 작게 적어둔다.

그러니 어쩌면, 함께였던 시간들은 끝난 것이 아니라, 잠시 같은 길을 걸은 기록일 뿐일지도 모른다. 길이 달라졌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걸 부정하지 않기로 한다.


그 사람도, 나도, 각자의 길에서 조금 더 단단해지기를. 그리고 그 길의 끝에서, 다시는 마주하지 않더라도,
서로를 깊이 이해할 수 있었기를.


모두 자기 길을 가도록 보내준 것뿐이죠.
그때의 그 말은 끝이 아니라, 조용한 인사였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