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는 아이를 낳고도 불안해야 할까

제도와 현실 사이의 깊은 간극

by 사공작가

요가 수업을 듣다 보면 이상하게도 잡생각이 많아진다.

마음이 잠시 고요해져서 그런지,

오랜만에 나에게 여유가 생겨서 그런지.


오늘 수업이 끝나고 스쳐 지나간 생각들이

유난히 아깝게 느껴져서 이렇게 글로 붙잡아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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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는 다시 한번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아이를 낳고, 생계를 유지하며 살아간다는 것이

왜 이렇게 힘겨운 일인지를.


물론 출산휴가, 육아휴직 등의 제도들이 존재한다.

국가에서 '아이를 낳아도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려고 '애쓰는'면도 있다.


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냉정하다.


뉴스에서는 실컷 떠든다.

이것 좀 보세요!

우리나라에서 임신·출산·육아하면
이렇게나 많은 지원을 해요.

그러니 아~~무 걱정하지 말고
애 낳으세요!"



이런 제도 너무 좋다.

그러나 문제는 그 제도가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느냐는 것이다.


나는 이런 의문이 든다.

이 제도들이 정말 우리나라 80% 이상 차지하는 중소기업에서도 동등하게 적용될까?



일단, 휴직을 쓰기 위해서 눈치를 봐야 하는 건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크게 다르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3명이 하던 일을 누군가 휴직을 쓰면

나머지 두 사람이 모두 떠안아야 하는 구조.

그 부담을 너무 잘 알기에,

나 역시 임신과 휴직 이야기 말 꺼내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임신 테스트기로 두 줄을 본 순간,

너무 기쁘고 황홀한 기분도 잠시...

"이거 회사에 어떻게 말하지..?" 하는 고민이 밀려왔다.


내가 다니던 회사는 직원 30명 남짓한 중소 IT기업.
한 사람이 빠지면 다른 사람들의 업무가 배가되는 구조였기에
회사 입장에서도 반가운 소식은 아니었을 것이다.



쭈뼛쭈뼛.. 팀장님께 말했다.

'저... 임신했습니다.'


축하보다 정적이 먼저 흘렀다.

그 순간 나는 본능적으로 느꼈다.

아, 앞으로 뭐든 쉽지 않겠구나.



그렇다,

휴직을 사용하기 위해선 눈치를 봐야 한다.

그것도 아주 많이.


그리고 휴직을 사용하면 승진에 제약이 생긴다.

그렇기에 아이를 둘 이상 낳는 것

많은 고민이 필요한 부분으로 다가온다.


결국 회사에서는

나의 공백기를 채워줄 대체인력이 없다는 이유로

퇴사 권유를 받았다.


육아휴직은 사용하게 해 줄게요,
그러나 복직은 어려울 것 같아요.

제도적으로 보장된 육아휴직이

순식간에 회사가 '베풀어주는 혜택'처럼

되어버린 순간이었다.



누군가는 말한다.

'신고하면 되잖아요.'


말은 쉽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5년 넘게 다닌 곳,

업계에서 서로 다 연결되어 있는 구조,

매울 웃고 떠들며 지냈던 사람들.


이 모든 것을 단박에 끊고 신고한다는 건

생각보다 훨씬 무거운 일이다.



아이 하나 낳았을 뿐인데,

하루아침에 직업이 사라졌다.


아이 하나 낳았을 뿐인데,

돌아온 결과는 '복직'이 아닌 '퇴사'였다.


세상이 아무리 좋은 제도를 만든다 해도

회사의 인식, 문화, 대체인력 구조..

이 모든 것들이 바뀌지 않는데

과연 출산율이 늘어날까 싶은 생각이다.



경력이 끊기고, 다시 취업을 준비하려니

불현듯 이런 생각이 올라온다.


'과연 아이 있는 여성을 채용해 줄까?'


장기간의 공백기에

떨어지는 자신감을 꽉 붙잡아보려 노력하지만

쉽지 않다.




그렇지만 이 모든 것을 내가 혼자 바꿀 수 없다.

그래서 더 불안하고, 마음이 무겁다.


그럼에도 나는 바란다.

아이를 낳았다고 해서 불안해지지 않아도 되는 나라,

출산이 기쁨과 희망으로 남을 수 있는 나라.


언젠가는 우리 아이 세대에게는

이 모든 것이 '당연한 환경'이 되는 날이 오기를.


지난 세대보다 지금의 세대가 조금 나아졌듯이,

다음 세대는 또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기를.


오늘 요가 매트 위에서

이런 생각들이 참 오래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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