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드디어 유치원에 다니는 언니가 되었다!
예전처럼 울지 않고, 유치원 버스에 올라타는 언니다!
유치원에는 내가 좋아하는 선생님이 있었다. 선생님은 유독 나에게 잘해주셨다.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선생님 성함이 생각날 정도다.
난 종일반에 다녔다. 수영, 태권도, 영어도 배웠다. 유치원 건물 안에 풀장이 있었다. 난 물놀이하는 시간이 젤 기억에 남는다. 신났다. 재밌게 놀고 나면, 친구들은 집에 간다.
나랑 몇몇 친구들은 남아서 영어 수업을 추가적으로 했다. 지금으로 치면 영유. 7살부터 난 영어를 배웠다. 가끔 학부모를 모시는 참관 수업을 진행했다. 엄마는 오지 않았다. 안다. 엄마가 못 올 거라는 걸.
나의 발표 시간. 기억은 안 나지만 난 잘 해냈다. 선생님도 칭찬해 줬다. 친구 엄마도 다 나에게 박수를 쳐줬다.
수업이 끝난 뒤 친구들은 엄마와 집으로 갔고, 나는 버스에 올라타 선생님과 집으로 향했다.
그때 어린 나는 엄마 없이 잘 해낸 나를 스스로 칭찬했다. 틀렸으면 많이 창피했을 것 같다.
늦은 밤, 집에서 엄마를 만나 내가 영어 문제를 맞힌 영웅담을 털어놓는다. 조잘조잘. 지금도 그렇다. 조잘조잘.
영유를 다녔지만, 지금 영어 한마디 못한다. 엄마! 미안.
난 항상 마지막으로 버스에서 내렸다. 사실 다른 친구들보다 가까이 사는데 왜 난 매일 마지막이지?
버스에서 내렸다. 대문이 잠겨있다. 집 앞에 쪼그려 앉았다. 가방 속 가위를 꺼낸다. 머리카락을 하나 뽑아 잘라본다. 내 머리카락을 조금씩 자르고 놀았다. 동생이 왔다. 동생은 어린이 집을 다니고 있었다.
동생이 자기도 잘라 달라고 떼를 쓴다.
싫다고 했다. 그런데 동생 말을 안 들으면 할머니한테 이를게 분명하다. 그럼 나는 할머니한테 또 혼나겠지. 동생 머리카락을 잘랐다. 그날 밤 엄마는 동생을 미용실로 데려갔다. 엄마한테 혼나지 않았다.
동생은 그다음 날 어린이집에서 진행하는 사과밭 체험을 갔다. 쥐 파먹은 머리를 하고, 사진을 찍었다. 동생은 그 사진만 보면 나를 노려본다. 내 잘못 아니야. 원인은 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