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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학원가다!

by 여유

여섯 살 때쯤 일이다.

엄마 친구가 운영하는 학원에 날 보내기로 한다. 난 그 아줌마를 곧잘 따랐다.
오빠는 아기였던 나를 잘 챙겼다. 호칭도 아기, 아가였으니. 생각은 안 나지만. 잘 챙겨주는 오빠와 같은 학원을 다니게 된다.


엄마의 계획은 다 이유가 있었다.

유치원 가기 전 미리 적응시키기.

아침. 위아래 샛노란 운동복을 입었다. 소매와 바지단에 초록색 줄무늬가 그려진 옷. 골목길에 봉고차가 오면, 엄마는 나를 데리고 집을 나섰다. 골목길은 10 미터쯤 됐을까? 엄마의 손을 잡고 걷는다. 엄마는 봉고차에 나를 실어 보내고, 일을 갔다.


아니! 난, 엄마의 계획대로 움직여 주지 않았다.


그때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두 손, 두 발을 있는 대로 뻗어 차에 오르지 않으려 문을 잡고 버텼다. 울고불고 난리, 전쟁 통에도 그렇게는 안 울겠다. 어릴 적 난 잘 울었다고 한다. 세상 떠나가라 우는 나를 보며, 엄마는 학원 보내기를 포기했다.

신기한 건 난 그 학원에 자주 놀러 갔었다. 엄마 친구 아들과 오빠는 친구였다. 오빠는 날 데리고 학원에 갔었다. 노는 건 괜찮은데 학원 가서 공부하기 싫었던 모양이다. 그때는 왜 그리 가기 싫었는지 이해할 수 없다. 내가 원망스럽다.


고려주산학원.

그곳은 주산, 암산, 타자로 유명한 곳이었다. 우리 동네에서 제일 크고, 잘 가르치는 곳. 오빠는 그때 검은색 팔뚝만 한 네모 틀에 주황색 구슬이 가득한 주산을 배웠다. 셈도 빠르고, 수학도 잘했다. 주산으로 상도 타고, 타자기도 잘 쳤다. 손도 빠르고, 전반적으로 오빠는 영특했다.

난 오빠 옆에서 주산기를 가지고 놀기 바빴다. 검은색 틀을 잡고 세로로 밀고, 손을 놓으면 주산기가 앞으로 슉 나아갔다.


그렇게 엄마 친구는 고객을 잃었고, 난 두뇌를 잃었다.


지금 나는 숫자에 약하다. 그때 배웠으면 아쉬운 마음이 든다.


아기는 학원을 갔다. 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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