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지금 할머니 나이가 됐다.
오빠가 결혼을 했다. 며느리가 생겼고, 엄마는 시어머니가 됐다.
새언니가 아기를 낳은 후 진짜 할머니가 됐다.
아침.
엄마는 늘 밤은 길었으면 좋겠고, 낮은 짧았으면 좋겠다고 한다. 벌써 9시가 넘었다.
늘 새벽보다 빨랐던 엄마는 지금 느릿느릿 한 할머니가 됐다. 아침마다 난 엄마를 안아준다. 이불속에 누워있는 엄마를 꼭 안아주자 엄마는 화장실이 가고 싶다고 한다. 배가 눌렸나 보다.
나 : 방에 요강이 있었으면 좋겠다.
엄마 : 누가 치워?
요강 얘기로 다시 할머니를 회상해 본다.
할머니 방.
창가 왼쪽에는 사각형의 노란색 시계가 걸려 있었다. 그 시계는 째깍째깍 소리가 엄청 크게 났다. 시계 아래에는 할머니 전용 티브이가 있었고, 그 앞에 있었던 할머니 전용 화장실 요강.
요강은 스테인리스로 되어 있었다. 색은 은색. 입구가 넓은 화병, 항아리 같았다. 뚜껑도 있다. 뚜껑에는 2센티 정도의 손잡이가 있었다. 하나의 예술 작품 같다. 반짝반짝 윤이 났다.
사용법은 뚜껑을 열고, 바지를 내리고, 변기에서 용변을 보듯 똑같이 볼일을 보면 된다. 어두운 밤, 나가기 귀찮은 화장실. 할머니는 그렇게 방 안에서 용변을 봤다.
할머니는 60대인 나이에 요강을 썼다.
그 뒤처리는 당연히 엄마의 몫이었다. 할머니 요강은 지린내와 똥 냄새로 가득했다. 뚜껑을 닫아도 냄새는 피할 수 없다. 그 냄새나는 요강. 엄마는 당연한 듯 매일 아침 마당 수돗가에서 요강을 비우고 씻었다. 그게 바쁜 엄마의 일과 중 하나였다.
엄마가 깨끗이 씻은 요강은 집 마당, 현관 입구 쪽에 놓였다. 뚜껑과 요강통.
햇빛에 요강은 더욱 반짝였다.
나라면 절대 못할 것 같다. 그렇게 엄마는 할머니의 요강을 비웠고, 마음도 비웠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이해가 갈듯하다.
어두운 밤. 화장실이 급하게 가고 싶을 때 세네 걸음만 움직이면 편하게 볼일을 볼 수 있다. 치워주는 며느리도 있고. 얼마나 좋은가? 그런데 엄마는 요강 안 썼으면 한다.
난 항상 말한다.
며느리는 딸이 아니야. 남의 집 귀한 딸.
난 엄마한테 귀한 딸.
엄마가 요강 따윈 생각도 못 하게 건강했으면 해.
엄마, 요강 쓰지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