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는 아들만 셋 낳은 대단한 분이다. 아빠는 장남
우리 집은 제사를 지내는 집이다. 명절날 가족이 모이면 늘 북적였다.
할머니, 아빠, 엄마, 우리 삼 남매. 6명
둘째 작은 아빠 부부, 형제. 4명
셋째 작은 아빠 부부, 남매. 4명
이렇게 열네 명이 모인다.
직접 송편을 빚으라는 할머니의 지시.
막내며느리가 직접 빚은 송편이 먹고 싶다 했다고.
부랴부랴 엄마는 머리에 쌀을 이고 시장으로 간다. 시장에는 방앗간이 있었다. 쌀을 맡기면 송편을 만들 수 있는 가루로 만들어준다. 쌀가루를 가져와 집에서 일일이 송편을 빚었다. 조금씩 물을 넣고 반죽한다. 콩도 준비해야 되고, 설탕 넣은 깨도 준비해야 한다. 늦은 밤 송편 만든다는 소식에 동네 사람들이 와서 도와준다.
거실에 둘러앉아 만드는 송편.
엄마는 그렇게 한시름 놨지만, 나머지 식혜, 조기, 생닭 삶기, 삼색나물, 산적, 부침개 등등 온갖 음식을 혼자 밤을 지새우며 음식을 만들었다. 난 그 옆에서 마늘을 찌거나, 쪽파를 깠다. 그러고는 방으로 쏙 들어갔다.
아침이 되면 엄마는 나만 깨운다. 오빠는 아직도 꿈나라다. 난 과일을 씻고, 제기를 닦는다. 드디어 오빠를 깨운다. 오빠는 씻는다. 난 미처 씻지도 못했다.
명절 당일. 친척들이 우르르 몰려와 차례를 지내고, 엄마가 만든 음식을 입에 잔뜩 쑤셔 넣고, 한 짐 챙긴다.
막내 작은 엄마에게 송편이 먹고 싶었냐 물으니 어리둥절해한다. 아. 할머니의 계략이다. 통했다. 엄마 괴롭히기 성공!
작은 엄마와 작은 아빠들은 설거지는 하지도 않은 채 처가에 가야 된다며 부랴부랴 떠난다. 난 속으로 생각했다.
우리 엄마도 엄마, 아빠 있는데.
설거지를 해야 한다. 방대한 양이라 욕실에서 설거지를 한다. 목기를 담고 욕실의자에 쭈그려 앉아 씻는다. 내 마음속 욕도 실컷 내뱉는다.
나 : 작은 엄마들은 처먹기만 하고 설거지는 왜 안 해? 뭐라고 좀 해.
엄마는 엄마 안 보고 싶어?
자기네만 엄마 있냐고!
엄마 : 좋은 날 좋게 보내자.
설거지를 하고 나면 허리가 끊어질 듯 아프다. 할머니, 아빠, 오빠, 동생은 논다. 아빠는 밤을 오도독오도독 씹어 먹는다.
좋겠다.
엄마는 설거지가 끝나면 잠시 쉬었다가 다시 일을 나간다. 밤새 음식 준비하고, 다시 일을 간다. 나도 작은 엄마들처럼 오빠랑 동생처럼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
궁금하다. 할머니는 왜 거짓말을 했을까?
직접 만든 송편은 할머니가 먹고 싶었던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