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삼 남매를 낳았다. 오빠, 나, 동생.
한여름.
에어컨이 대중화되지 않은 시절이었다. 유치원 때쯤인지 초등학교 1학년 때인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는다.
우리 집 욕실에는 파란색 욕조가 있었다. 엄마는 우리를 욕조에 넣고 돌아가며 씻겼다. 셋을 씻기느라 고생 많았을 것 같다. 엄마가 때밀이로 밀면 난 아프다고 소리쳤다. 아파!! 그래도 엄마는 구석구석 때를 밀어줬다.
이 국수 가락 좀 봐!
새까만 국수가 후드득. 매일 놀이터에서 흙먼지를 뒤집어쓰고, 쏘다니니 그럴 수밖에. 나만 그런 게 아니다.
오빠, 동생도 후드득. 서로의 때를 보고 웃는다. 내 차례를 벗어나면 욕조에서 놀면 된다. 그렇게 엄마는 우리를 씻겼다.
오빠가 물놀이를 하자고 한다. 욕조에 물을 받고, 셋이 들어갔다.
첨벙첨벙
그 좁은 욕조에 셋이 들어가고도 공간이 남는다. 다만 욕조 수도꼭지 쪽이 위험해 조심해야 했다. 우리는 욕조의 넓은 면에 머리를 대고, 엉덩이를 담그고, 발을 욕조 밖으로 내밀었다.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물장구치는 소리도 커진다. 샤워기를 틀고 장난을 친다. 욕실이 떠나가라 신나게 물놀이를 이어나간다.
할머니가 오기 전까지
할머니는 나를 향해 계집이 어디서 옷을 벗고.부터 시작해 쉬지 않고, 욕을 했다. 나는 욕조에서 나와 수건으로 몸을 닦고, 옷을 입었다.
SHOW ME THE MONEY라는 랩 경연 프로그램이 있다. 그 어떤 래퍼도 디스 랩 부분에서는 우리 할머니의 적수가 되지 못할 것이다.
할머니는 진정한 국힙. 원조 힙머니였다.
할머니의 충격적인 디스랩을 들은 후로 나는 욕조 물놀이를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