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초등학교 졸업 이후의 이야기다.
엄마의 가족과 일가친척들은 내수의 한 동네에 자리 잡고 있었다. 옛날에는 같은 성씨끼리 우르르 몰려 살았다. 그래서 옆집이 친척 집이고, 그 옆옆집도 친척집이다. 다 양 씨들이다. 엄마에게는 7살 터울의 친구 같은 조카가 있다. 조카는 엄마보다 7살이 적었다.
마을에는 빵 배달부가 있었다.
리어카에 빵을 가득 싣고 배달하는데, 경사 길을 힘들어했다. 조카는 그 경사길에서 배달부를 기다렸다가 리어카를 밀어줬다. 그럼 수고비로 빵 한 봉지를 받을 수 있었다.
고모! 나 빵 받았어. 같이 먹자!
빵을 들고 뛰어오는 조카. 빵이 귀하던 시절. 혼자 먹어도 모자랐을 빵을 나눠 먹는 사이였다. 그렇게 둘은 빵을 나눠 먹었다.
빵을 들고 뛰어오던 조카는 대학교를 다니게 됐다. 엄마는 결혼을 해 며느리가 됐다.
당시 대학생 신분의 조카는 돈도 없고, 배는 고프고, 그럼 대학교 근처에 있는 엄마를 찾았다. 엄마는 밥을 차려줬다. 그러던 어느 날. 문 앞에 서 할머니를 보고 인사를 한다.
조카: 어르신, 저 밥 얻어먹으러 왔습니다.
할머니 : 그런 말 할 거면 다신 오지 마
할머니의 싸늘한 말에 조카는 그날 이후 발길을 끊었다. 따뜻한 밥 한 끼 대신 쥐어준 만원. 조카에게 밥 한 끼 내주지 못했던 엄마는 무슨 생각이 들었을까?
환갑이 넘은 조카는 가끔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빵을 나눠 먹던 그 시절이 그립다고 말한다. 그럴 때마다 엄마는 따뜻한 밥 한 끼 못 챙겨줘 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