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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한 시에 들어온 며느리

선녀의 날개

by 청주체험가 Feb 24. 2025

내가 어렸을 때 엄마는 청주 시내에서 꽤 유명한 사람이었다. 지금 그 일대를 주름잡는 몇몇은 우리 엄마를 아직도 알고 있다.


그 당시 젊었던 엄마는 사업 수단도 좋아 날로 날로 번창했다. 하루하루 매우 바쁘게 살았다.


엄마의 퇴근 시간은 깜깜한 밤이었다.


어린 나는 시계를 볼 줄 몰랐다. 저녁이 되면 배가 고팠다. 아빠랑 할머니도 엄마만 기다렸다.


그날은 무엇 때문인지 늦은 밤 오빠의 손을 잡고 엄마를 데리러 갔다.


엄마를 데리러 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 어린 나에게는 무섭고, 깜깜했다. 오빠한테도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래도 엄마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오빠를 졸졸 따라갔다.


브런치 글 이미지 1


그 당시에는 무심천 갈비뼈 다리에 풍물 시장이 있었다. 그곳은 게임팩도 팔아서 자주 갔었다. 게임팩 교환도 가능해 나와 오빠의 단골집이었다. 낮에는 꼭 풍물시장을 통해 갔지만 밤에는 술집들로 인해 우린 청주 대교로 걸어갔다.


차가 쌩쌩 달리는 청주대교. 정확히 기억나는 건 청주대교에서 거짓말처럼, 마법처럼 엄마가 나타났다. 엄마는 이 밤에 우리가 왜 여기에 있는지 물었다. 엄마 데리러 가고 있었어. 우리는 택시를 타고 집으로 갔다.


신기했다. 엄마는 많이 놀란듯했다. 나도 이렇게 신기하고, 좋은데 엄마도 마찬가지였겠지..


지금 생각해 보니  아니었다. 


오빠도 많이 어렸을 때다. 초등학교 2학년 정도.


집에  도착한 후 엄마는 저녁밥을 차려줬다. 할머니, 아빠, 오빠, 나 그리고 여동생은 밥을 먹었다.


난 안방에서 오빠, 엄마, 아빠랑 티브이를 보다 잠이 들었다.

그날 밤은 매우 시끄러운 밤이었다.

그날 일이 있은 후 엄마는 잘 나가던 사업을 정리했다. 이제는 엄마가 멀리 있지 않다. 좋다. 그건 나만의 생각이다.


그날 엄마는 꿈을 접은 것이다. 하늘로 올라가야 하는 선녀의 날개옷을 나무꾼이 훔친 것처럼 엄마의 날개옷을 우리가 훔친 것이다. 결국 하늘에 올라가지 못했다.




엄마가 학교 가라고 깨운다.

일어나~  학교 가야지~ 이런 건 들어  본 적 없다.


학교 가야지! 8시야!!

눈 떠 보면 7시 30분이다.

도대체 엄마는 왜 그럴까? 하여튼 엄마는 세 남매를 그렇게 깨웠다.

일어난 듯 돌아서면 또 자고 있다. 엄마의 속은 뒤집어졌겠지?

밥 먹으라고 부른다. 나가보면 밥이 차려져 있지 않다.

엄마는 왜 그럴까?


깨우고, 씻고, 먹이고, 학교 보내고, 엄마의 하루 시작은 힘들었겠지.

정작 엄마는 아침을 먹지 않았다. 가족들을 위해 음식을 준비할 뿐. 할머니 밥은 따로 준비해 방에 가져다 드린다. 우리가 나가면 엄마는 회사로 향했다.


학교에서는 점심을 줬다. 엄마가 방과 후 영어를 신청해 줬다. 학교를 마치면 동네 친구들과 학원에 갔다. 나의 하루 일과는 그랬다.


방학이 되고, 학년이 올라갈수록 우리 삼 남매는 스스로 밥을 챙겨 먹어야 했다. 기본 반찬은 늘 있었다. 김치볶음밥을 좋아했던 오빠와 동생. 둘은 번갈아가며 김치볶음밥을 만들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진짜 요리를 잘했다. 그렇게 저녁이 되면 엄마를 기다리다 지쳐 잠이 들었다. 엄마의 얼굴은 보기 힘들었다.


불 꺼진 집안.

새벽 한시쯤 들어온 엄마는 불 꺼진 거실에 하얀 소복을 입고 쭈그려 앉아 있는 할머니마주했다. 엄마는 매번 놀라기 일쑤였다. 놀란 마음을 가라앉히기도 전 할머니는 엄마에게

할머니 : 나는 새벽 두 시 이전엔 집에 들어온 적이 없다.


엄마는 쳇바퀴처럼 바쁘게 살았다. 퇴근 후 집을 치우고, 잠깐 잠에 들었다가 음식을 준비하고 다시 회사로 갔다. 할머니의 기다림은 며느리를 향한 서프라이즈였을까? 한 시간 더 일하라는 채찍질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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