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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는 하얀 백발이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하얀 생머리.
할머니는 고개를 숙여 뒤통수부터 앞으로 머리를 빗었다.
전용 빗이 있었는데, 요즘에는 찾아볼 수 없다. 빈 간격이 좁고, 어두운 갈색빛이 돌았다. 그 빗은 참빗이라고 불렀다. 할머니만 가지고 있었다. 참빗에 엉킴 없이 내려가는 하얀 생머리.
머리카락들을 훅 하고 뒤로 넘긴다. 그다음 손가락으로 머리카락을 배배 꼬은 후 은색 비녀로 머리카락을 고정시켰다. 마치 사극에 나오는 여자처럼.
신기했다. 쇠막대기로 머리카락이 고정되다니. 쇠막대기는 비녀. 할머니는 아주 가끔 비녀를 샀는데, 그게 부러웠다. 우리 집에서 할머니는 유일하게 머리가 긴 여자였다. 할머니만의 비녀.
그렇게 아침, 점심 머리 손질을 하고 나면, 바닥에 머리카락을 치운다. 신기하게 빗자루를 쓰지 않았다. 오른손에 퉤! 침을 묻히고는 슬슬 먼지와 머리카락을 모았다. 청소기는 절대 쓰지 않았다.
엄마는 어제 빨래를 개고, 바닥에 있는 먼지를 손으로 슬슬 모았다. 갑자기 할머니 생각이 났다.
엄마, 할머니 같아.
가끔 엄마에게서 할머니가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