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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청소기와 식기세척기는 신문물이었다. 엄마는 세탁기처럼 든든한 지원군, 동료를 구했다.
할머니는 유독 청소기와 식기건조기 등 엄마가 산 것들을 쓰지 못하게 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이런 거 우린 원래 안 쓴다.
안 쓴 게 아니라 처음 나온 신상이다. 실질적으로 요리, 청소, 빨래. 다 엄마가 했다.
누가 허리 굽혀 청소를 하고 싶겠나!
청소기를 돌리려 할 때마다 큰 소리로 호통을 쳤다. 그래서 청소기는 새 제품이었다. 식기건조기. 가족들이 많고, 식기를 일일이 닦기 힘든 엄마가 좀 쓰려하면 할머니는 귀신처럼 나타나 호통을 쳤다.
식기건조기는 장식품처럼 전시되었다. 그렇게 엄마는 혼수용품을 마음대로 쓰지도 못한 채 마치 자린고비처럼, 그림의 떡처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할머니는 그렇게 쓰지 말라고 했던 청소기와 식기건조기를 막내아들에게 주고 싶은 모양이었다.
안 쓰고 처박아두지 말고 셋째 줘라.
할머니의 큰 그림은 셋째를 향한 사랑이었다. 결국 엄마는 주지 않았다. 하지만 쓰지도 못했다.
내 기억으로는 그 후에도 계속 막내에게 주라고 강요한 기억뿐이다.
그 고된 시간이 지나 엄마는 청소기와 식기건조기만 봐도 혈액순환이 잘 됐다. 저혈압이던 엄마는 어느새 고혈압이 되었다. 할머니가 없어진 뒤에도 지원군을 사용하지 않았다. 청소기는 시어머니를 떠오르게 하는 상징이었다.
엄마는 청소기와 식기건조기를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