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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출한 여고생의 코에 닭다리가 박힌다.

by 여유

할머니의 컴백으로 인한 뒤숭숭함은 별로 없었다.


그때 우리 집은 방이 세 칸이었다.

내 방, 안방, 동생 방


할머니는 내가 사용하던 방.

예전 할머니방을 다시 차지하게 됐다.

동생은 할머니와 같이 자거나 따로 잠을 잤다.


아빠와 할머니는 마지막 전투가 그다지 큰 일은 아니었는지 다시 예전처럼 지냈다.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할머니를 위해 아빠는 치킨을 사다 줬다.

그 치킨은 할머니의 간식 창고.

보물창고에 들어갔다. 보물 창고는 옷장이다. 풀풀 새어 나오는 치킨 냄새.




고등학생이던 동생은 그 당시 피자와 치킨을 좋아했었다. 얼마나 좋아했었냐면 지금은 어플을 이용해 피자를 주문하지만 예전에는 달랐다. 한 장 한 장 집 대문에 전단지가 붙어 있었고, 배달음식 책도 있었다. 그것을 하나하나 모았다. 음식 백과사전처럼


아무리 좋아해도 부모님 자체가 배달음식을 시켜 먹는 분들이 아니라 그림의 떡처럼 모아 두기만 했다.


그 정도의 애착이었다.




할머니는 혼자 치킨을 먹고, 남은 것은 장롱 속에 숨겨뒀다. 예전 할머니가 그래왔듯.



하교 후 출출한 여고생의 코에 닭다리가 박힌다. 마치 코 앞에 치킨이 있듯이.


동생은 치킨의 출처와 위치를 발견했으나,

할머니는 가장 사랑하는 동생을 위해 치킨을 주지 않았다. 그날 동생은 할머니에게 처음으로 배신을 느꼈다. 그리고 그 분노는 아빠를 향했다. 딸랑 한 마리만 사 온.


그게 화날 일인가? 난 치킨은 고사하고 밥을 눈앞에 두고도 못 먹었는데..


하여튼 그날 일로 동생은 빈정이 상했다.


치매인가 싶겠지만 아니다. 할머니는 수십 년 전 나에게 늘 그래왔다. 나에게만.

단지 대상이 바뀐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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