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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사람 죽네! 사람 살려!

어머니 잘 모시세요.

by 여유

여느 때처럼 일을 하고 집에 돌아와

대문을 연 엄마는 그 자리에서 놀랐다고 한다.


주택이었던 우리 집은 마당이 있었다.

마당에 새빨간 액체가 떨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현관문을 열어보니 거실에도 빨간 액체가 흩뿌려지듯 있었다.


무슨 일이 생겼구나.


집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밖으로 나가려는 찰나 어떤 아저씨가 할머니를 집으로 모셔왔다. 엄마는 그 아저씨에게

어머니 잘 모시세요.


라는 밑도 끝도 없는 소리를 들었다. 게 무슨 일인지 좌초지종을 물었더니


지나가는 길에 펑하고 빵꾸 터지는 소리가 났다고 한다. 그러더니 할머니가 펄쩍펄쩍 뛰면서

아이고 사람 죽네! 사람 살려! 동네 사람들 사람 살려!


소리치며 도로로 나왔다고 했다. 아저씨는 집으로 들어와 119를 불렀다.


외상이 없던 할머니는 한의원에. 집 안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진 사람은 청주의료원에 보냈다고 한다.


쓰러진 사람은 바로 아빠였다.



우리 집은 현관문을 열고 다녔다.

아이러니하게도 동네에서 유일하게 도둑이 들지 않은 집. 이유는 진돗개 백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열쇠가 있었지만, 내부 잠금장치를 사용하면 밖에서는 열 수 없었다.


늘 열고 다니던 집 대문, 현관 모두.

할머니의 내부 잠금으로 가족들의 불편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이런 날의 반복.



할머니는 귀가 어두웠다. 문을 열어 달라고 소리를 질러도 열어주지 않는 할머니 때문에 화가 난 아빠. 할머니는 한 참 뒤 문을 열어 줬다.




아빠는 할머니를 향해 소리를 쳤다.


아빠 : 문 좀 잠그지 마셔!

할머니 : 이 놈이 어디서 소리를 질러!


할머니는 집에서도 지팡이를 짚고 계셨다.

최고급 나무 소재로 아주 단단했다. 지팡이 손잡이 부분을 아빠 머리를 향해 냅다 내리쳤다. 검도다. 아빠 머리에서 피가 분수처럼 솟아올랐다.


아빠는 쓰러졌다. 쓰러진 아빠를 보고 놀라 버선발로 뛰쳐나간 할머니. 진짜 버선을 신었었다.


아이고, 사람 죽네! 사람 살려! 동네 사람들 사람 살려!




그런 사연을 알리 없는 아저씨의 어머니 잘 모시세요.




아빠는 엄마에게 말했다.

참지만 말고, 화가 나면 대들어.


그날 이후 그 말은 이 말로 바뀌었다.

절대 엄니한테 대들지 말아. 죽을 수도 있어.




한 가지 배운 점.

뼈 밖에 없는 머리에서 피가 엄청 많이 난다는 것. 피가 분수처럼 솟아날 수밖에 없던 이유는 아빠에게 머리털이 없었기 때문.

털이 많았다면 흘렀을 것이다.


주르륵. 주르륵.



아빠는 총 12 바늘을 꿰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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