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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렸던 권력을 손아귀에 쥐려 꿈틀댔다.

율무차

by 여유

나는 타지로 취업을 했다.

다행히 할머니와 마주치는 일이 없었다.

오빠 역시 대학에 가 할머니를 마주치는 일은 없었다.


불행히도 집에 남은 단 세 사람.

엄마, 아빠, 동생


아빠는 친부모니 어쩔 수 없다.

동생은 사랑하는 할머니가 옴으로써 다시 예전의 힘과 권력을 차지하려 했지만, 나와 오빠가 떠난 후라 아무 의미가 없다.




엄마는 다시 할머니의 몸을 씻기고.

한약을 맞춰주고, 입에 맞는 간식을 대령했다.


엄마는 먹지 않는 막심코피를 사다 놓고, 율무차 스틱도 사다 놨다. 율무차 스틱은 할머니가 늘 먹던 것이었다. 특권




흰 대접에 뜨거운 물이 담겨있었다. 그 안에 율무차스틱을 부으면 가루가 삭 하고 나온다. 숟가락으로 저으면 고소한 냄새가 났다.


난 율무차 스틱이 먹고 싶었다.

먹고 싶어도 할머니만 사주는 엄마가 싫었다. 할머니는 꼭 아침에 두포씩, 저녁에 두포씩 혼자 맛있는 걸 먹었다. 지금이야 저렴하지만 20~30년 전은 그런 것들이 비쌌다. 할머니는 손자, 손녀보다 간식을 더 먹었다.


그렇게 혼자 먹는 게 차라리 낫다. 내 걸 뺏기는 것보다.



모두에게 버림받고 돌아온 할머니.

슬슬 잃어버렸던 간식상자를 채워나갔고, 잃어버렸던 권력을 손아귀에 쥐려 꿈틀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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