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을 적게 먹은 할머니는 아빠의 예상대로 변을 잘 보지 않았다.
훨씬 수월했다.
아빠에게는.
아빠에게만.
퇴근 한 엄마에게 할머니가 갑자기 복통을 호소했다. 복통뿐만 아니라 항문통을 호소했다.
볼일을 보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대변이 딱딱해져 고통에 시달렸다.
어쩔 수 없이 엄마는
꽃길이 아닌 꼬치길을..
꼬치를 손에 들고, 직접 집도를 하기 시작한다. 산적 나무 꼬치를 이용해 할머니의 똥을 조금씩 조금씩 파냈다.
살짝만 건드려도 할머니의 곡소리는 담장을 넘었다. 따뜻한 물에 비누를 풀어 항문 마사지를 해줬다. 그 역시 할머니는 고통스러워했다. 엄마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할머니가 불쌍하고, 안타깝다고 했다.
아빠의 잔머리가 이런 큰 사태를 불러일으켰다.
왜 할머니가 변비에 걸렸는지 아빠에게 물었다. 밥을 쬐끔 줬다고 실토한다. 엄마는 아빠를 향해 극대 노했다.
왜 밥을 조금만 주냐고!
그날 이후
할머니에게 밥과 하루 2회의 간식 시간이 주어졌다. 요구르트와 초코파이, 과자. 그 당시 변비에 좋다는 소뼈 사골을 삼시세끼 한 대접씩 먹였다.
엄마가 할머니의 곡소리와 신음소리에 예민했던 것은 방음이 안 됐기 때문이다.
구옥의 특징.
방음 안됨. 그렇다고 따지러 오지는 않음.
할머니의 통곡소리는 아이고, 사람 죽네, 사람 살려. 이런 종류였기에 담장을 넘기는 할머니의 소리에 예민할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