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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위대한 업적

by 여유

할머니의 위대한 업적이 하나 있다.


할머니를 돌보는 일은 밥, 똥, 목욕, 빨래, 대화. 이 모든 것을 해야 하는 난이도가 꽤 높은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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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를 한 후 할머니는 똥을 쌌다.

아빠와 엄마는 할머니가 똥을 싸면 꼭 할머니의 전신을 다 씻겼다. 그리고 옷과 이불을 싹 다 빨았다.

매일 수차례 세탁기가 돌아갔다. 빨랫줄에는 이불들이 주욱 걸렸다.

널고, 개고의 반복이었다.


이유는 냄새 때문이다. 고약한 똥냄새.




목욕

빨래


고됨의 연속에 놀고먹던 아빠가 자발적으로 일을 나가기 시작했다. 아빠의 행복한 여정이 끝이 났다. 그렇다고 또 계속 일을 나간 것은 아니다.


일주일에 한두 번?

아빠가 일을 나간다?

기적이다!




아빠는 할머니가 기저귀에 똥을 싸면 항문만 제대로 씻겼지, 성기 쪽은 제대로 씻기지 않았다. 아빠가 돌보는 날엔 똥독이 바짝 오른 할머니가 엄마에게 고통을 호소했다.


그럼 엄마는 일을 갔다 와서 할머니를 다시 씻겼다.




똥을 적게 싸게 하자!!

아빠가 생각해 낸 방법이 하나 있다.

할머니가 똥을 적게 싸도록 밥양을 줄이는 것!!


아빠의 허무맹랑하고, 순진한 발상은 엄마를 날카로운 꼬치 길로 안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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