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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무브

by 여유

할머니 요강.

굿즈와의 이별이다.

할머니는 마비로 인해 기저귀를 착용하게 됐다.


그리고 아기가 됐다.


혼자

부드럽고, 얇은 이불을 깔고

몸을 올린 뒤 한 손으로 방안을 돌아다니거나.

거실까지 나왔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할머니가 움직일 수 있었다는 것. 누가 알려준 것도 아닌데, 스스로 체득했다.

상상은 안 가지만 그랬다니 대단하다.




옛날 1960, 1970년대에 지어진 우리 집은

거실과 현관은 25센티 정도 층 차이가 있다.

현관에 신발을 벗고 한 계단 오르는 구조였다.


할머니가 가끔 현관 근처에 가 있으면

엄마는 놀라곤 했다.

안 그래도 마비가 온 상태에다 낙상이라도 일어나면.. 하.

매번 주의를 줘도 답답했는지 그렇게 움직였다.




그 와중에 할머니는 오른손을 못 쓰기 때문에 언제든 불꽃싸다구를 올려칠 왼손 운동을 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하는 나만의 의구심이 생겼다.



도움이 필요할 때는 공주애미와 공주애비를 불렀다. 엄마는 할머니에게


왜 그렇게 나에게 모질고, 악랄하게 대했어요? 이제 본인이 필요하게 되니까 이제 와서 공주애미라고 하는 거예요?


할머니는 뭐 지난 일 가지고 그래? 옛날 일을 자꾸 얘기하고 그래. 하며 말을 회피했다.


할머니 성격이 좀 누그러졌다. 온순해졌다.


옛날 같았으면 불꽃싸다구를 날렸겠지만, 왼손은 아직 그럴 힘이 없다. 열심히 발톱을 갈고 있던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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