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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애미의 선택

by 여유

엄마는 결국 할머니를 집에서 모시기로 결정한다.


난 아직도 의문이다. 왜 할머니를 모셨는지.

무료로 요양원에 갈 수 있었다.


나 : 엄마, 왜 그런 선택을 했어?

엄마 : 동네에서 그런 사람은 한 명도 없었어.

나 : 동네랑 엄마랑 무슨 상관이야?

엄마 : 그게 내 도리라고 생각했어. 넌 말해도 몰라.



풍이 온 그 순간부터

엄마는 공주애미로, 아빠는 공주애비로 불렸다.


풍은 오른쪽 절반으로 왔다.

문제는 골초였던 평생 금연을 해야 하는 할머니의 몸상태였다.

누워있으면 기침이 더 심해진다는 것.


생각해 낸 방법.

왕의 의자처럼 이불로 의자를 만들었다.

잠 잘 때도 깨어있을 때도 불편하지 않게.

그리고 앞으로 쓰러지지 않게.




엄마의 일상.

일주일 중 3일은 낮동안 출근

퇴근 후에는 할머니 옆에서 눈을 감은 채 다리를 주물렀다.

부종 때문이다. 할머니의 다리는 부종으로 퉁퉁 부었다.



밤새 잠 한숨 제대로 잘 수 없었다.

주무르지 않으면 할머니의 곡소리가 담장을 넘는다.


아이고, 아이고.


아빠는 귀가 어두웠다. 할머니가 곡소리를 내던, 고통에 시달리던 꿀잠을 잤다. 이른 새벽 물을 마시러 나왔다가 할머니 옆에서 다리를 주무르는 엄마를 발견한다.

그러다 쓰러져. 밤에 잠 안 자고 뭐 하는 거야?



잠 좀 자게 그만 좀 냅둬요!

할머니한테 한소리 한다. 하지만 엄마는 할머니의 곡소리가 밖으로 새어나가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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