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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신문에 날 일이다!

신문에 날 일이면 신문에 나와야죠!

by 여유

할머니는 엄마가 퇴근을 하면 머릿속에 가득 들어있는 이야기보따리들을 풀어놨다.


애비가 밥을 안 줘서 하루 종일 굶었다.

애비가 이불을 덮고 나를 밟았다.




이게 치매인가?

제정신으로 돌아온 건가?


과거의 할머니는 저런 말들을

애비에서 애미로 바꿔 엄마를 이상한 여자로 몰아갔었다.



과거

우리가 이사하던 날이었다.

창고가 있는 집. 살던 사람은 기한이 촉박해 다음 주에 창고를 치워준다는 약속을 한다.


엄마는 할머니께 일주일 뒤에 물건을 가지러 온다니 절대 손대지 마세요. 신신당부를 한다.



그 당부를 사뿐히 즈려 밟고, 창고로 간 할머니는 창고 문턱에서 넘어진다. 그리고 곧바로 친척집을 찾아간다.

며느리가 애들 셋 앞에서 이불을 덮고 나를 팼다.


저녁을 챙겨주러 들어온 엄마.

울리는 전화. 아빠의 외삼촌이다.

이건 신문에 날 일이다! 어떻게 시어머니를 발로 차냐! 때려죽일 셈이냐!


때마침 할머니가 대문을 열고 집에 들어왔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신문에 날 일이면 신문에 나와야죠! 맞아 죽으러 지금 들어오셨네요! 제가 때린 게 맞다면 집으로 오셨겠어요? 일단 집으로 오세요. 지금 당장.


아무도 오지 않았다.


그리고 며칠 뒤 할머니의 귀한 둘째 며느리 변호사에게 전화가 왔다


둘째 : 형님, 어머님이 창고에서 넘어지셨다는데. 아프시데요.

엄마: 그건 언제 말한 거야?

둘째 : 며칠 됐어요.


그날이었다. 엄마가 할머니를 팼다던.


엄마는 할머니에게 질문한다.

엄마 : 이불에 싸여 나한테 맞았다면서요?

할머니 : 누가 그래?

엄마 : 외삼촌이요.

창고에서 넘어졌다면서요!

할머니 : 누가 그래?

엄마 : 둘째 며느리가요!


할머니는 입을 다물고 방에 들어갔다.



니미 곰팅이 엄마는 할머니를 병원에 모셔갔다. 갈비뼈가 부러졌다.


며칠 뒤 아빠의 외숙모가 찾아왔다. 외숙모에게 사정을 말하니

고모(할머니)가 원래 거짓말을 잘해~ 꾸며대기를 잘해. 의심해서 미안해.



치매이면서 치매가 아닌듯한 이걸 뭐라고 설명해야 하나. 복잡하다.

다시 과거로 돌아간 할머니인지.

제정신으로 돌아온 할머니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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