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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까지 내려오는 하얀 생머리

스톼일을 존중해

by 여유

내가 이 나라의 국모다!

내가 이 집 안의 가모다!


그녀는 마치 예전 한국인, 우리나라 자존심이었던 상투.


신체발부수지부모


긴 머리를 지키고자 했던 양반. 안동김 씨를 증명하듯. 일제강점기의 우리 조상님들처럼 긴 머리를 고수했다.


조상님들은 대의라도 있었지.



할머니의 패션을 지키는 데는 나름 고생이 따른다.

하루에 두세 번 볼일을 보는 할머니를 이불에 올려 미끄러지듯 거실로 나오게 한다.


더 큰 난관은 거실에서 부엌으로 가는 길. 20센티 정도의 층차가 있었다. 층차는 두툼한 이불을 깔아서 없앴다.

부엌을 지나 욕실로 데려가기까지는 괜찮다.



할머니의 자존심. 긴 머리.

그 머리를 감기고, 말리고, 빗기고, 손질까지 해야 하는 일은 엄마를 더 지치게 만들었다.


엄마는 할머니에게 묻는다.

머리를 자르는 건 어때요?


머리는 절대 안 돼! 자르기 싫어!



자기주장이 확고하다.

80 평생 고수해 온 할머니의 스톼일을 엄마는 존중한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는 힘에 부쳤는지

엄마 : 나 힘들어서 더 이상 못하겠어요.

할머니 : 힘들어서 못하겠으면 안 되지. 잘라.



이렇게 간단하고 어이없는 일이었다. 할머니의 마음이 바뀌기 전 출장 미용사를 찾아야 한다. 친한 동네 미용사를 찾아가 말한다.


엄마 : 시어머니 머리를 자를 건데, 우리 집으로 와줄 수 있어?

미용사 : 왜? 못 오셔?

엄마 : 거동을 못하셔.

미용사 : 언냐! 언니 집에 시어머니가 있어? 그동안 왜 말 안 했어?

엄마 : 뭘?

미용사 : 아니 시어머니가 집에 있다고!

엄마 : 뭘~ 그런 걸. 시시콜콜 말해~ 와서 머리나 좀 잘라줘



출장 미용사가 집에 왔다. 할머니 방에서 머리를 잘랐다


언니야!! 근데 집에 왜 냄새가 안 나? 집이 왜 이렇게 깨끗해? 근데, 언냐! 산송장이다. 산송장.



엄마가 시어머니, 할머니에 대해 말하지 않았던 이유.

급, 레베루가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 할머니는 보다시피 남다르다.






머리 : 머리카락

언냐 : 언니

레베루 : 레벨


암 온 더 넥스트 레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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