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병원 좀 갔다 올게요

by 여유

할머니는 그날 오후 두 시까지 총 세 번의 변을 봤다. 엄마는 목욕을 세 번이나 시켰다.

이불 빨래를 널고, 할머니한테

엄마 : 병원 좀 갔다 올게요.

허락을 구한다.

할머니 : 이런 나를 두고?

반문한다.

엄마 : 내가 지금 허리가 아프면 엄니를 못 모셔.

할머니 : 그럼, 안되지. 갔다 와


오후 네 시경 할머니의 허락하에 김태헌통증의학과에 가서 치료를 받는다.

한 시간이 흘렀을까?


치료를 마친 엄마는 청주체육관 근처 강아지 판매를 하는 애견샵 주변에서 어지러움을 느껴 바닥에 주저앉았다.


주변을 지나던 행인이 인창한의원에 가보라고 권한다. 기운이 쪽 빠진 엄마는 한의원에 가 침을 맞았다. 침이 얼마나 아픈지 그날 이후 그 한의원에 다시 가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왔다.

이불 빨래를 걷었다. 할머니한테 가서 이제 나 왔으니까 소리치셔도 돼요! 말했다.


신기하게도 할머니는 간식을 먹지 않았고,

웅크리고 있던 두 다리를 쪽 피고 앉아 있었다.


소리치셔도 돼요! 간식은 또 왜 안 드셨대?


대답이 없다.

때마침 동생이 왔다.

소리치셔도 돼요! 나 왔으니까 소리치셔도 돼.

엄마가 같은 소리를 반복하자, 동생은 평소에 가보지 않던 할머니에게 다가간다.


동생 : 엄마. 할머니 죽은 것 같아.

엄마 : 무슨 소리야, 손이 이렇게 따뜻한데.


곧이어 아빠도 들어왔다. 커다란 바나나 한 송이를 들고


아빠 : 바나나 사 왔어, 엄니 드려.

엄마 : 엄니, 죽은 것 같아.

아빠 : 죽어도 바나나는 먹고 죽어야지



동생만 할머니의 죽음을 받아들였다.

아빠는 바나나를 먹고, 죽어야 한다며 믿지 않았다. 가만있던 할머니는






keyword
이전 06화그런데 그날 그 손님만 온 게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