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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파.

by 여유

일을 마치고 들어온 할머니 방.

검은색. 손가락 한마디만 한 물체가 있었다.

노란 장판 위 그 물체는 더욱 눈에 띄었다.

마치 수제 청심환 같은.


엄마 : 이거 뭐예요?

할머니 : 몰러~


궁금할 만도 하다.

하루에 몇 차례를 청소하는데.

눈에 보이지 않던 새로운 무언가가 있다는 것이.


아무 생각 없이 맨 손으로 잡은 그것은

딱딱한 똥이었다. 진짜 똥이었다.

수분기도 없는 레알 똥.


다행이다. 아닌가?

이제 집도를 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느낌이 싸하다.




삼시세끼, 간식 그리고 사골까지 야무지게 챙겨 먹은 할머니의

아이고, 배고파. 왜 밥 안 줘.


분명 밥을 드렸는데..

이건 할머니가 처음 엄마가 시집왔을 때 사용하던 수법이다. 또 나를 골탕 먹이나? 또 시작인 건가?

그때는 악의가 가득했지만, 지금은 아니다.

출출한가? 간식을 드린다.




아빠가 할머니를 돌보는 날이다.

아침을 먹였다. 점심시간이 되기도 전 할머니가 배고파하길래 일찍 식사를 챙겨드린다.


엄마가 점심을 먹으러 집에 왔다.

할머니는 엄마에게

배고파. 밥 좀 줘~


아빠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어이가 없었을 거다. 엄마는 아빠에게 밥을 드리라고 한다. 아빠는 방금 밥을 드렸다고.


본인이 할머니를 돌보지 않았다면 무턱대고 또다시 엄마를 의심했겠지. 예전처럼.


드디어 그분이 오셨다. 치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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