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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 공주애미야.

by 여유

할머니는 밤에 엄마가 함께 있기를 원하셨다.


부종 때문이었다.

부종이 얼마나 대단했던지 다리를 누르면 그 자리가 마치 코리아타투(부항)처럼 봉긋하게 툭 튀어나왔다.


우리 엄마는 나름 집에서는 허준이다.

체할 때나 놀랄 때 수지침을 이용해 손가락을 따줬다. 등허리가 아플 때는 부항을 떠줬다.

할머니의 부종이 심한 날이면 다리에 수지침 몇 번만 찔러도 물이 펑펑 나왔다.


얼마나 많은 물이 들었는지 상상 못할 만큼 빼고 나면 한결 편해진 할머니는 엄마에게

고마워, 공주애미야.


며느리에게 고마운 마음을 가진 할머니.


옆에서 잠을 자라고 하기는커녕 다리를 주물러 달라고 한다. 곡소리가 담을 넘을라 엄마는 매일 할머니 옆을 지키고, 밤을 새웠다.



고마워. 그 한마디가 엄마를 녹인 걸까?

난 아직도 모르겠다.


그냥 소리 지르든 곡소리가 나든 귀마개 끼고 자지 그랬어! 엄마. 3일 동안 아파서 꼼짝 못 하고, 누워있어도 들여다보지도 않고! 밥 한번 안 차려 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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