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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의 맞선

사기결혼

by 여유

할머니의 귀한 셋째는 장가를 갔고, 마지막 엄마의 짐은 둘째였다. 둘째는 지금 생각해도 정말 끔찍했다. 마치 최종 보스 같은 존재.


할머니의 삼 형제가 다 똑같았지만.

당시 둘째에게 선 자리가 들어왔다. 지금은 당사자들끼리 직접 만나지만, 옛날 1990년대 초반에는 부모님들이 각자 자녀를 데려오는 방식이었다. 할머니는 본인 대신 엄마를 그 자리에 보냈다.

맞선 장소
상대측 분은 예뻤지만, 할머니의 귀한 둘째 아들 눈에는 성에 차지 않았는지, 아니면 그분께서 맘에 안 든 건지 성사되지 않았다. 그렇게 둘째의 선은 마무리가 됐다.



며칠 뒤 갑자기 둘째의 친구와 그때 그 예쁜 아가씨와 같이 왔다.

엄마는 허겁지겁 둘째에게 방에서 나오지 말라고 하고는 문을 닫았다.

며칠 전, 선을 본 아가씨와 둘째의 친구가 결혼을 한다고 온 것이다. 양복을 어디서 맞췄는지 물어볼 생각으로 엄마를 찾아왔다.

당시 핸드폰이 없던 시절, 사람들은 곧잘 방문했었다. 엄마는 모르겠다 둘러대고, 그 둘을 돌려보냈다.




둘은 결혼을 했고, 둘째는 친구 결혼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선 본 게 뭔 죄라고 가지 않았을까?


두 분은 잘 살고 있을까?


둘째의 친구는 정육업에 종사했다.

시청공무원으로 직업을 속이고, 결혼을 했다.

예전에는 사기 결혼이 많았다고 한다.

사기 희생자는 내 주변에도 있다. 바로 우리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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