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는 엄마에겐 최악의 골치 덩어리였다.
아기 셋을 키우기도 벅찼지만, 더 힘든 것 둘째였다. 둘째는 엄마와 동갑이었다. 어떻게 보면 친구처럼 편하게 지낼 수 있는 그런 관계가 될 수 있었겠지..
둘째는 술을 먹고 집에 기어 들어오는 일이 많았고, 하여튼 진상이었다.
엄마가 직접 낳은 아이는 셋이지만, 시어머니, 남편, 시동생까지 키워야 했다.
그 진상의 세 번째 맞선이다. 이번 선 역시 엄마가 보호자로 나선다. 상대측 여자는 예뻤다.
다만 둘째가 벙어리처럼 말을 하지 않았다.
잠시 둘째가 자리를 비운 사이 엄마는 상대측에게 질문을 하면 곧잘 대답하니 질문을 부탁했다. 그렇게 대화가 오고 갔다. 그 후 둘은 따로 몇 번의 만남을 가졌고, 결혼하기로 했다.
둘째의 결혼으로 어깨가 가벼워지는 날.
하지만 할머니 대신 모든 일을 도맡아 해야 했기에 엄마는 바쁜 날의 연속이었다. 엄마랑 아빠는 셋째 부부에게 우리를 맡기고, 할머니와 먼저 예식장으로 향했다.
그게 화근이었다.
아름답고 행복한 결혼식. 씻기지도 않고, 자다 일어난 애를 그대로 끌고 간 셋째 부부.
거지 한 쌍.
그게 동생과 나였다. 동생 입에는 침자국이 하얗게 남았었다. 옷 입혀 보낸 게 어디인가? 셋째 부부 덕에 엄마의 체면은 말이 아니었다.
그래도 얼마나 다행인가?
진상의 결혼식 사진 속에 내가 없다는 게. 그날의 기억이 조금 남아있다. 빨간 카펫. 흰 드레스.
둘째의 결혼으로 엄마의 짐이 줄어드는 듯했다.
장가를 보내면 끝날 줄 알았나?
큰 착각, 오산이었다. 그 후로 부부싸움을 하면 밥을 얻어먹으러 집에 오기 시작했다. 새벽에 전화가 왔다.
형수, 집으로 좀 와줘요.
둘째가 부부싸움을 한 것이다. 아침을 차려주지 않은 게 원인이 됐다. 밥을 못 챙겨주는 여자나, 밥 하나 못 해 먹는 남자나. 그걸 또 전화해 해결해 달라는 둘째나.
엄마는 부부싸움을 하던, 이혼을 하던 알아서 하고, 집에 밥 얻어먹으러 올 생각하지 말라고 했다.
진상, 진상, 상진상.
진상은 그날 이후 밥을 얻어먹으러 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