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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의 울음

둘째가 찾아오지 않았다면 엄마는 덜 괴로웠을까?

by 여유

아빠와 결혼한 엄마는 모충동에 살았다.


모충동은 서원대학교, 육거리, 꽃다리 쪽에 있는 동네다. 나름 시내 쪽이라 그쪽으로 정했는지 모른다.


아빠는 자신의 엄마가 그리웠는지 종종 시댁으로 가자고 했었다.

그럴 때마다 엄마도 같이 갔다. 그런데 그 기간이 좀 길었다. 일주일..


할머니는 둘째 아들과 살고 있었다.

할머니에게는 금쪽같은 둘째 아들.

아빠한테는 남동생.

나한테는 둘째 작은 아빠다.


집으로 돌아와 생활을 하던 엄마의 평범한 하루. 갑작스럽게 찾아온 둘째는

내가 집을 나갈 테니 들어와서 살라며 울었다.


왜 울었는지는 알 수 없다.

그게 시작이었다.


집을 나간다며 울고불고하던 둘째는 결국 나가지 않았다. 엄마의 시집살이가 더 매운 이유 중 하나는 둘째 때문이다. 진짜 진상.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아직도 의문이다. 왜 울면서 찾아왔는지.

둘째가 찾아오지 않았다면 엄마는 덜 괴로웠을까?



한 번 진상은 영원한 진상.


엄마의 이야기와 상관없이 우리 가족은 둘째를 진상으로 부른다.


진상은 나의 초, 중, 고 시절을 괴롭게 했다. 나와 우리 가족의 수십 년을 괴롭게 했다. 늦은 새벽 술에 만취해 찾아오기 일쑤였다. 두세 시간 돈자랑에, 자식자랑. 상전 중에 최고. 진상


돈이 많으니 용돈 줄 거라는 착각은 금물.

십 원짜리 하나 꺼내지 않는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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