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안방에는 다락이 있었다.
다락은 방처럼 진짜 넓었다.
넓긴 했지만 층고가 낮아 성인이 서있을 수 없었다. 그래서 우리 가족은 다락을 창고로 사용했다.
그날 엄마는 빨래를 하려 했다. 그런데 기존에 사용하던 세제 하이 타이를 다 써버려 다락에 미리 사둔 스파크를 찾아들고 부엌으로 향했다.
하이 타이는 빨래 세제의 일종인데 비닐봉지에 담겨 있고, 스파크라는 세제는 종이 상자에 담겨 있다.
욕실은 세탁기를 넣어 사용하기에는 좁았다.
그런 연유로 부엌 한편에 세탁기를 놨다.
거실을 거쳐 부엌으로 가는 길목에서 할머니와의 SHOW ME THE MONEY가 시작됐다.
종이를 찢어 세제를 넣으려는 엄마를 본 할머니는 무식한 게 세제랑 설탕도 구분 못하냐며 타박을 했다.
엄마는 최대한 이게 빨래할 때 쓰는 세제라고 설명했지만, 할머니는 엄마를 빨래에 설탕 넣는 사람이라며 제정신이 아니라고 했다.
엄마는 그릇에 세제 가루를 풀어 거품이 일어나는 걸 보여줬다고 했다. 그러자 할머니는 입을 다물었다고 한다. 그런 할머니에게 엄마는 한마디 날렸다.
글씨도 모르는 엄마가 무식한 거지.
할머니는 글을 몰랐다.
2025년 02월 13일 처음 알았다. 할머니가 문맹이라는 것을. 그래서 그랬나? 자신의 모름을 감추기 위해 모든 일에 사사건건 꼬투리 잡은 것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