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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깜한 밤, 엄마를 찾아서

고마워, 우리 집을 밝히는 빛이 돼줘서

by 여유

유치원 들어가기 전 나의 기억이다. 우리 집은 방이 총 세 칸이었다.

안방, 할머니방, 작은 아빠방. 동생은 할머니 방에서 잤고, 난 아빠, 오빠와 안방에서 잤다. 늘 그렇듯 엄마는 잠들기 전까지 들어오지 않았다.


새벽쯤 잠이 깬 나는 엄마 옆에 자고 싶었다. 엄마가 있는 것 같았다. 휴대폰이 없었던 어린 날의 나. 엄마를 찾아야 하지만, 방 안이 어두워 누가 누구인지 구별되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생각해 낸 것이 바로 더듬더듬 머리카락 만지기.

폭신폭신한 머리카락 찾기.
엄마는 머리숱이 많았다. 우리 집에서 유일하게 엄마는 머리숱이 풍성했다. 30대 중반인 엄마는 지금의 할머니들처럼 뽀글뽀글 파마머리를 해서인지 유난히 머리카락이 폭신했다. 마치 솜사탕처럼. 검은 푸들처럼.

아빠는 머리카락이 있었다.

모두가 잠든 새벽, 갑작스레 머리를 만지면 아빠는 깜짝 놀랐다. 하루 이틀도 아닌데, 화를 냈다. 그러고는 다시 잠을 잤다. 아깝다. 엄마를 먼저 만졌어야 했는데... 한차례 아빠가 신경질을 내, 좀 놀라긴 했지만, 엄마 옆으로 가 잠을 청했다. 엄마는 날 꼭 안아줬다. 방에 빛이 조금이라도 들어왔다면, 더듬지 않고, 엄마를 찾을 수 있었을 텐데.


아빠는 머리카락이 있었다. 아빠는 빛이 있으면 그 누구보다 빛났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아빠의 머리는 더욱 빛났다. 형광등을 켜면 우리 집은 아빠 덕분에 더욱 빛이 났다. 눈이 부셨다. 고마워, 아빠. 우리 집을 밝히는 빛이 돼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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