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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보물창고

by 여유

난 아직도 할머니의 보물창고를 기억한다.
커다란 장롱
이불장 말고, 옷걸이 아래 서랍 두 개가 있었다.
거기에는 할머니만 먹을 수 있는 사탕이 가득했다.



남색 바탕에 쇠로 된 원형 통. 플라스틱 뚜껑.
그 안에는 사탕이 가득 들었다. 빨간, 노란, 초록색을 띠는 동그란 알사탕. 난 초록색 사탕이 좋았다.
할머니는 나에게 단 한 번도 그 사탕을 그냥 준 적 없었다.

다만 동생만큼은 그 사탕을 먹을 수 있었다.

파란색 배경에 투명한 봉지의 박하사탕.
할머니의 최애 사탕이다.
또 초록색, 금색, 빨간색이었나?
커피 맛, 바닐라 맛, 버터 맛이 한 세트인 사탕.

그리고 할머니가 가장 좋아하는 농심 새우깡
할머니는 다 먹은 새우깡 봉지를 이용해 지금으로 치면 지갑을 만들었다.
따라 하려 해도 잘 안 됐다.
잘 안 가르쳐 줬다.



결론은 할머니의 보물창고에는 사탕이 많았다. 할머니는 늘 장롱 앞에 앉아서 보물을 지켰다.
난 먹을 수 없었다. 나에게 몽당연필 모양의 저금통이 있었다. 할머니는 보물창고에 내 저금통을 보관해 줬다. 단, 저금할 때만큼은 사탕을 줬다. 그래서 저금을 더 열심히 했었다.


난 동생만 마음껏 먹을 수 있는 것이 싫었다. 할머니 건강하라고 엄마가 지어준 보약을 동생은 한 모금씩 먹었다. 동생은 심지어 커피까지 먹을 수 있었다. 그게 부러웠다. 엄마는 동생에게 보약과 커피를 주는 것을 싫어했다.


할머니 덕분인지 난 아직도 커피를 잘 못 마신다. 카페인 중독 따윈 걸릴 일이 없다.
할머니 고마워요. 덕분에 현대인의 고질병인 카페인 중독을 피할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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