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가 엄마 뱃속에 있을 때의 일이다.
그때만 해도 엄마는 아빠와 모충동에 살았다.
아빠는 종종 할머니집에 가는 걸 좋아했다. 집에 가면 엄마와 함께 일주일 정도 머물렀다. 그날의 엄마는 아빠, 할머니와 깡시장에 갔다.
깡시장은 청주에 있는 시장이다.
지금으로 말하면 운천동에 있는 농수산물 시장이다. 물건도 많아 청주 사람들은 거기서 대량 구매를 했었다. 싱싱하기도 했고, 대형마트가 없던 청주 사람들은 그곳에서 쇼핑을 했다.
깡시장 입구에서 수박 향기가 폴폴 난다.
떡하니 벌어진 새빨간 수박.
엄마는 그 새빨간 수박이 지금 당장 목구멍에 넘어갈 것처럼 너무 먹고 싶었다. 아빠와 할머니한테 말했지만, 그 깡시장을 몇 바퀴 돌아도 사주지 않았다.
그 당시 수박은 한 통에 천 원.
쩍쩍 과육이 빛나던 수박 세 통은 천 원.
빈손으로 돌아온 엄마는 너무 속상해 집에 돌아와 펑펑 울었다.
수박만 보면 그때 못 먹었던 그날이 생각나 70 이 된 지금에도 아직도 그 얘기다.
그 후 수박은 잘 먹지 않게 됐다. 돈을 주고도 엄마는 사 먹지 않는다.
엄마에게 수박은 너무 슬프다.
엄마는 그날을 회상하며, 집에 돌아와 아빠한테 한통 사 오라고 시킬 걸 하며 후회한다.
나 : 엄마! 그냥 미친척하고 삭 먹지 그랬어~ 그럼 어쩔 수 없이 사줬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