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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한 상속녀

by 여유

불과 한두 달 만에 일어난 일이다.
엄마의 사고, 아빠와의 싸움, 나의 사고, 아빠의 죽음. 이게 말이 되나?


장례식 기간 동안 잠시 퇴원했던 나는 다시 재입원을 해 치료를 이어간다.


어깨, 손목, 무릎, 발목이 잘리는 고통이다. 병원에서는 이렇게 몸이 계속 아플 수는 없다고 한다.


입원 기간을 끝마치고, 퇴원한다.

퇴원 첫날, 집에서 잠을 자고 일어나려는데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엄마의 도움을 받아 병원으로 향했다. 병원에서는 원래 오면 안 된다고 한다. 목이 안 움직이는데 어쩌란 말인가?




처음 입원했던 대형병원 정형외과 의사를 찾아갔다. 발목 통증을 호소했다. 엠알아이를 많이 찍으면 안 된다고 한다. 손목에 대해서는 다른 검사를 하기로 했다.


손목 검사는 통증의학과에서 진행했다. 이상이 없단다. 난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묻지만 이상이 없으니 정신과로 가라고 한다. 내가 만들어낸 상상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난 또 나쁜 마음을 먹는다. 다들 맨 몸으로 차에 한 번씩 치여 봤으면 좋겠다.




아빠의 죽음 후 우리 가족은 엄청 바쁘게 지냈다. 일단 사망신고를 해야 했다. 사망신고를 서두른 것은 법적으로 기간 내에 해야 한다.


아빠의 사망 진단 관련해서 의사와 면담.


나와 엄마에게 아빠의 병이 전염될 수 있다며, 치료를 권한다. 우리의 시선이 엄마의 건강으로 쏠렸다. 전염 검사 외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검사하기로 결정한다.


검진결과.

엄마는 다행히 아빠로부터 옮지 않았다. 백내장이 발견됐다. 즉시 백내장수술과 입원이 이루어졌다. 자궁에 있다는 근종은 수술로 싹 다 제거했다. 치과 치료, 임플란트, 브리지, 틀니까지. 돈이 날아간다. 그래도 다행이다.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과 해결할 돈이 있다는 사실에.




난 아빠의 유산을 받은 유일한 상속녀다. 4개월 동안 치료에 들어갔다. 약을 복용하고, 한 달에 한 번씩 검사를 했다. 난 그렇게 4개월 동안 약을 먹으며 아빠를 계속 생각했다.


아빠의 물품을 정리하며, 혹시 모를 편지나 유서, 메모를 찾아봤다. 일체 없었다. 또 모른다. 혹시 유산을 숨겨뒀을지 찾아본다. 다행히 발견되지 않았다. 재산도. 빚도 없음에 감사한다.


재산이 많았으면 가족들끼리 아마 크게 싸웠을 거다. 우리는 다행히 싸우지 않았고,


그 누구도 내가 받은 유산을 탐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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