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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말이 맞았다.

아빠가 답답해할 거야

by 여유

엄마는 병원에 갑자기 찾아와 아빠가 입원했다는 걸 말했다. 그건 아빠가 죽기 하루 전 저녁이었다.


산소호흡기를 착용 중이다. 아빠는 계속 집에 가고 싶어 한다. 병원에서는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했다.




나 빼고 모든 가족들이 아빠를 보고 왔다. 그날 밤 난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냥 눈만 껌뻑였다. 내일 보러 가자. 눈을 감아보았지만, 끝내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때 휴대폰이 반짝였다. 엄마였다. 동생이 나를 데리러 왔다. 혼자 있을 엄마 옆으로 갔다. 가족들이 다 모였다.


아빠말이 맞았다. 마지막 제사였다. 아빠 눈에 난 고작 그런 딸이었다.



의외로 다들 침착했다. 동생만 빼면.

동생은 울고, 불고, 얼굴이 퉁퉁 부어서 왔다. 오빠는 미리 목련공원에 자리를 마련해 놨다.


현실이다. 병원에서는 중환자실에 있는 아빠를 빨리 옮기라고 한다. 아빠 물품을 어떻게 할지 묻는다. 기저귀, 칫솔 등등. 다 버려달라 말한다.


아빠는 목련공원 장례식장으로 이동했다. 우리 가족들은 담담했다. 장례식이 시작돼도 다 담담했다.


엄마는 나에게 집에 가서 씻고, 아빠의 물품을 가지고 오라고 했다. 그렇게 집으로 간 나는 아빠방에서 울었다. 미안해. 날카롭게 말해서 미안해.


집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다시 장례식장으로 향했다.




이제 아빠를 보낼 시간이다. 오빠는 준비한 편지를 읽고, 속으로 무슨 말을 하긴 했는데 기억이 안 난다. 아빠가 간다. 난 화장실로 갔다.


가족 대기실. 가족들은 다 울었나 보다. 의외로 담담한 대화 시간을 가졌다. 가족끼리 아빠 대놓고 험담하기.




화장이 끝났다. 춥다. 친척오빠가 건네준 따뜻한 음료를 마신다. 오늘따라 유난히 칼바람이다. 아빠와의 마지막 대화가 떠올랐다. 나의 날카로운 말이.




자연장이다. 아빠를 모실 터를 향해 이동했다. 가장 좋은 1층에 자리했다.

흙과 아빠가 뒤섞여 땅 속으로 들어간다.

넓적하고 얇은 묘비가 아빠를 덮는다.

가로, 세로 30센티. 높이는 3센티 정도로 보인다.


엄마는 속상한가 보다. 무덤으로 되어 있는 줄 알았는데, 무덤도 없고, 생각보다 좁은 자리에 눈물을 흘린다. 찐사랑이다.


엄마 : 아빠가 답답해할 거야.

나 : 흙더미가 올라가 있는 게 더 답답해. 그리고 사방팔방 다 뚫려 있는데 뭐가 답답해. 옆에 친구들도 많고, 좋지 뭐.




아빠의 마지막을 끝까지 함께한 건 의외로 새언니의 남동생 부부. 오빠 부부와 애증관계인 동료.


모든 걸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새언니가 집 앞에 내려다 줬다. 뭔지 모르겠다. 이상한 감정이 들었다. 옆에 있어줘서 고마웠다. 아빠는 새언니를 참 좋아했다. 간호사에게 새언니 자랑을 그렇게 했다고 한다.


내 자랑은 안 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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