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깁스, 병원을 옮기다.

병원 핑계 대지 말고 나오세요.

by 여유

간호사들은 나의 퇴원 의사를 병원에 알렸다.


총 두 명의 의사를 만났다. 침대에 누워있는 나를 찾아온 건 신경외과 의사. 두툼한 약봉투를 직접 들고 오셨다.




정형외과 의사는 직접 만나러 갔다. 어지러움과 울렁거림. 단 하루도 편한 적 없다. 넘어오는 침을 간신히 삼킨다. 의사는 나의 행동에 질문을 하더니 울렁거림 주사를 처방했다.


선생님은 다른 아픈 곳이 있는지 물어본다. 손목이랑 발목, 어깨, 머리, 목, 허리, 등 다리.


의사 : 그럼 다 아픈 거예요?

: 네.

의사 : 손목 한번 잡아볼게요.

나 : 아. 아파요!(짜증이 났다.)

의사: 아파요?

나 : 선생님. 그렇게 세게 잡으면 다 아프죠.


선생님은 아니라고 했다. 정말 왼 손은 안 아팠다. 어떻게 사고가 난 건지 오른쪽 위주로 다 아팠다. 선생님은 마지막으로 오른쪽 손목 MRI를 권했다. 속 울렁임을 간신히 참아가며, 진행했다. 결과는 인대가 파열됐다. 팔꿈치는 인대 늘어남. 초록색 석고 깁스를 했다.


인대 파열은 생각지 못한 거였다. 진단서를 뗐다. 정형외과전치 4주가 나왔다. 뇌진탕 2주, 치과는 별생각 없이 안 끊었다. 멍청한 행동이었다.




집 근처 한방 병원으로 갔다. 12인실 방 배정을 받은 첫날밤. 고통 속에 잠이 들었다. 꿈속에서 울었다. 그런데 꿈속에서만 운 게 아니었다. 아침이 되자 사람들이 모여 수군거린다. 밤에 누가 운 거야?


그게 나다..


나겠지. 창피함에 방이동을 요청했다. 다행히 빈자리가 있어 병실을 옮겼다.




병원은 오전물리치료를 방에서 해준다. 힘들게 움직일 필요가 없다. 다행히 이곳은 화장실이 내부에 있다. 숟가락도 준다. 더 다행인 건 간병인, 면회 일절 안된다.


오후 물리치료는 엘리베이터를 타면 바로 갈 수 있다. 넉넉잡아 10분 정도 소요된다. 깁스를 한 사람은 나와 어떤 여자뿐이다.


이 병원에서는 코로나 때문에 외부와의 접촉을 금하고 있었다. 전화가 왔다. 손이 불편했기에 스피커폰으로 전화를 받았다. 경찰관이었다. 경찰서로 오라고 말한다.


나: 거동이 불편해서 퇴원을 하고 갈게요

경찰관 : 병원 핑계 대지 말고 나오세요.


자기 할 말만 하고 끊었다. 어쩔 수 없이 엄마에게 전화했다. 엄마 말로는 경찰이 퇴원 후 오라고 했다고 한다.


장난치나? 화가 치밀었다.


코로나가 기승이라 병원에서는 외출을 금하고 있었다. 허락을 구했다. 절뚝거리는 발, 깁스한 팔, 떡진 머리를 하고, 엄마와 함께 오빠차를 타고 경찰서로 향했다.


화를 누르며

나 : 병원 핑계? 그건 무슨 뜻으로 말한 겁니까?

경찰 : 그런 말은 한 적이 없어요.

나 : 제가 몸이 불편해 스피커폰으로 받았고, 방 환자들이 다 들었습니다.

경찰 : 그런 의도가 아니었어요.

나 : 그럼 무슨 의도입니까?

경찰 : 죄송합니다.


하. 우리나라 경찰. 일 잘한다는 걸 새삼 느꼈다. 지금 이게 촌각을 다투는 일인가? 단순 운전자 블랙박스를 보라고 부른 것이다.


다시 보고 다시 봐도 횡단보도에서 놀란 얼굴. 턱을 부여잡고, 앉아서 운전자를 노려보는 나밖에 안 보인다. 블랙박스 구조상 바닥에 날아가 떨어져 엎어지는 장면, 그 무엇도 나오지 않았다. 그렇게 난 허망하게 병원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다시 무서운 밤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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