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꼭!
밤에는 편하게 잘 것 같지만 그렇지도 않다. 첫날은 어떻게 잤는지 잔 건지, 눈 뜨고 밤을 지새운 건지. 새벽에 카운터에 가서 아프다고 말했다. 간호사는 아침에 먹을 약 중 타이레놀 하나를 미리 먹으라고 했다. 그렇게 고통을 견뎠다. 하지만 아픔은 사라지지 않았다. 참자.
고통은 고통대로 치료는 치료대로
반지원정대처럼. 물리치료받으러 가는 길이 나에게는 가장 힘든 일이었다. 이곳은 엘리베이터를 두 번이나 갈아타야 했고, 정말 긴 복도를 지나가야 하는 아픈 환자에게는 말도 안 되는 곳이었다. 하지만 평소의 나라면 6분 정도의 거리다. 나 혼자 30분을 절뚝이며 간다.
복도의 냉기가 나를 더욱 아프게 한다. 나에게 물리치료는 왕복 한 시간의 고통이었다. 거짓말 같지만 보호자 없는 사람은 그럴 듯. 하지만 나만 없어. 보호자.
차마 엄마한테, 다른 가족들한테는 말 못 했다. 그 난리를 쳤으니. 조용히 참자.
밤. 숨이 막혔다. 숨을 쉬기가 어려웠다. 난생처음 겪는 일에 간호사를 찾았다. 카운터는 병실 바로 앞이다. 다행이다. 간호사는 호흡기를 코 속에 넣어줬다. 호흡기를 해도 숨이 편하게 쉬어지지 않았다. 안 하는 것보단 낫겠지. 좀 무서웠다.
다음 날 밤에도 그 증상은 계속됐다. 카운터로 찾아가 말했다. 간호사는 알았으니 자리로 돌아가라고 했다. 내가 돌아서는 순간 들렸다. 간호사의 짧은 한마디.
왜 저래?
들으라고 하는 소리였다. 숨쉬기 힘들다. 왜 저래? 몸 상태가 안 좋으니 상대할 수 없었다. 너는 꼭! 교통사고 나라. 그때도 그 말이 나오나. 그 후 의사를 만났다. 사고 후 그런 증상이 있을 수 있다. 정신과를 연결해 준다고 했다. 정신과? 거절했다. (이 날의 거절은 나에게 아주 큰 시련을 가져다줬다.)
턱은 계속 아팠다. 아래턱과 귀 쪽, 안면, 머리 전체가 정형외과는 치과를 연결해 줬다. 입은 아무리 열려해도 손가락 한마디 들어가지 않았다. 다행히 뼈에는 이상 없었다. 치료방법은 물리치료를 턱과 목에 하는 것 외에는 없다. 1분만 아니 10초만, 5초만 이미 벌어진 일이다. 되돌릴 수 없는 걸 아는데. 그랬다.
여전히 입원실은 시끌 시끌하다.
새벽쯤에는 간호사가 갑자기 불을 켜 혈압을 측정한다. 갑자기 켜지는 불은 짜증을 솟구치게 만든다.
안대를 착용하기 시작했다. 아침. 간병인의 출근과 함께 티브이가 켜진다. 도대체 티브이를 왜 켜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우측 대각선에 위치한 간병인은 할머니한테 잔뜩 성질이 나있다.
간병인 : 할머니가 다리에 조금만 힘을 주면 되는데 왜 힘을 안 주지?
할머니는 웃고 만다. 치매 환자다. 할머니 남편 분이 오셨다. 할아버지다. 간병인은 한껏 할머니 흉을 본다. 할아버지는 다 들어주신다. 코로나 때 간병인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였다. 묵묵히 간병인 말을 듣고 있던 할아버지는
아내가 하반신 마비라 힘을 못줘요.
간병인은 그래도 힘을 줄 수 있다고 우긴다. 하. 어이없는 간병인의 태도에도 할아버지는 아무 소리 하지 못하고 떠나신다. 간병인을 구할 수가 없으니 말이다.
밤이 됐다. 간병인의 퇴근시간이다. 간병인이 커튼을 친다. 나도 커튼으로 나만의 공간을 만든다. 잠은 이루지 못한다. 갑자기 대각선 간병인이 소리친다. 난 뭔지는 모르지만 비상벨을 누르려 발버둥 쳤다. 애벌레처럼 꿈틀대다 결국 누르지 못했다. 비상벨은 생각보다 높이 있다. 몸만 더 아팠다.
대각선 할머니는 수혈을 받고 계셨다. 팔뚝에 꽂혀있는 바늘을 자기 손으로 빼버린 것이다. 난 흘러내리는 피는 못 봤지만, 간병인의 다급함, 주변 사람들의 목소리로 그 상황을 알게 됐다. 간호사들이 뛰어왔다. 내가 잊은 게 하나 있다. 간호 데스크는 바로 앞이다. 이 정도로 시끄러우면 뛰어올만하다.
대각선 간병인은 간호사에게 한소리 듣는다. 잘 지켜봐야지. 뭐 하고 계셨냐?
간호사가 나가자 간병인은 할머니한테 쏘아붙인다. 할머니는 말이 없다. 쇠 귀에 경 읽기다. 밖은 왁자지껄 시끄럽다. 뭐 좋은 거라고 구경하나. 소리만 들어도 알겠다. 조용히 귀마개를 쑤셔 넣고, 눈을 감았다. 다시 공포가 찾아오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