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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구역의 미친년과 병실의 실세

미친년과 병원의 실세

by 여유

코로나 검사를 하고, 입원실을 배정받았다. 창문 없는 창가 쪽이다. 사방이 벽이다. 내 침대? 침대 위 티브이가 벽에 걸려있다. 아래는 냉장고가 있다. 공용 티브이와 냉장고다.


침대에 각자 개인 커튼이 있다. 입원실은 시끄럽다. 커튼으로 내 침대를 가렸다. 큰소리가 나온다.


커튼을 치면 어떡해? 다른 사람 생각은 안 해? 이상한 사람이네.


화가 치민다. 개인 커튼도 마음대로 못 치나? 화가 오른다. 침대에 누웠다가 온 힘을 다해 커튼을 열어젖힌다.

엄마의 얼굴, 다급히 나를 말리는 두 .



: 됐어? 이렇게 하면 돼?

옆 침대 보호자 : 커튼 살살 치세요.

나 : 아니! 열라고 소리칠 때 언제고 뭘 살살 치라고 하세요?

옆 침대 보호자 : 제가 그런 거 아니에요.

나 : 그럼 아까 소리친 사람 누구야?



그렇게 난 이 구역의 미친년이 됐다.

대답이 없다. 조용하다. 저녁인지 점심인지 모를 밥이 나왔다. 턱이 아파 밥을 먹지 못한다. 국물 조금 들이마시고 만다. 밥을 죽으로 변경 신청한다.


엄마는 병원 생활에 필요한 몇 가지를 챙겨 왔다. 엄마는 이제 간다. 나 혼자 병원 생활을 해야 한다. 딸이 편하길 바라는 마음에 병실에 음식을 돌리려 했지만, 난 필요 없다 거절한다. 그렇게 엄마는 떠났다. 그리고 다시 병원에 오지 않았다. 나는 어쨌든 혼자 버텨야 한다.




8인실이다. 첫날에 안 보이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난 한껏 미친 사람으로 낙인찍혀 아무도 말 걸지 않는다. 그리고 말 걸지 않는 게 당연했다.


병원에서 각종 검사를 받았다. 엑스레이, 엠알아이. 난 아픈 곳을 전부 말했다. 무슨 동요도 아니고, 머리, 어깨, 무릎, 팔. 다 아프다.

의사는 가장 아픈 곳을 말하라 한다. 머리. 무릎. 턱


머리는 뇌진탕. 무릎은 타박상. 두 가지 진단이 나왔다.




입원실은 8인실이다. 아니. 15인실이었다. 각각 보호자 한 명씩. 대부분의 환자들은 고령의 할머니였다. 나와 어떤 젊은 여자를 빼면.


밥은 침대에서 받았다. 배식하시는 분이 침대에 놔주셨다. 다들 보호자가 나가서 식판을 가져온다. 반찬은 먹지 못한다. 힘겹게 죽을 물 삼아 약을 함께 삼켰다.


수저는 개인이 관리한다. 수저를 씻는 곳이 멀다. 입원실에는 화장실이 없다. 복도를 따라 멀리 나가야 한다.


가끔 직선으로 가면 있는 길을 착각하기도 했다. 이상했다.


물리치료 가는 길.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엘리베이터를 두 개나 갈아타야 한다. 걷는 게 불편하다. 절뚝인다. 휠체어를 탈까 했지만 손목이 아프다. 그래서 고안해 낸 방법. 링거 거치대! 이걸 버팀목 삼아 걸어간다.




이곳의 생활은 나름 규칙적이다.

보호자들은 대부분 조선족 간병인. 중국인이다.


커튼에 예민한 것도 이해가 됐다. 한낮에는 티브이를 보며, 그들이 나름 정한 퇴근시간에는 티브이를 끄고, 불을 끈다. 그게 퇴근이다. 그들은 작은 간이침대에서 잠을 잤다.


이 병실은 간병인이 실세다. 난 순응하기로 한다. 며칠 후면 나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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