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몇 해 전 엄마에게 명절을 없애자고 했다가 혼이 났고, 명절에 참가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제주도로 떠났다. 당당하게 떠난 여행. 돌아올 땐 쭈구리가 돼서 돌아왔다. 사고는 쳤지만,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집 안의 찬 공기가 말해준다.
엄마는 네가 하는 게 뭐냐고 했지만, 난 씻고, 다듬고, 설거지하고, 나름 여러 가지를 한다. 이런 것들을 안 하겠다는 거다. 그 후에도 난 끊임없이 시도했다.
나: 엄마, 우리도 다른 가족들처럼 해외는 못 가더라도 외식하는 건 어때? 맛있는 거 먹고, 드라이브하고, 좋잖아.
엄마 : 됐어, 엄마는 이게 좋아, 얘는 수십 년 하던걸 하지 말라는 거야? 네가 해?
분위기는 늘 싸하다. 그 싸한 분위기는 나만 감지하는지 다시 부엌에 와 있다.
코로나가 한참 기승을 부릴 때다.
나 : 엄마, 코로나 때문에 명절 안 보내는 집이 많대. 오빠네 이번 설에 오지 말라고 하는 건 어때? 그런 건 엄마가 미리 말해줘야 편하지.
그렇게 우리 가족끼리 명절을 보내기로 했다.
설날이다.
아빠는 정장을 차려입고, 제사 준비를 마쳤다. 엄마는 밤새 요리를 했는지 피곤한 상태다. 아빠가 이상한 소리를 한다.
이게 마지막 제사일수도 있겠다.
밥에 숟가락을 꽂고, 절을 한다.
조상신이 식사를 사실 수 있게 잠시 자리를 비운다. 다시 우리 가족은 거실로 모였다.
갱물! 갱물 준비 안 하고, 뭐 하고 있어
아빠가 소리친다. 엄마는 갱물을 가지러 부엌으로 간다. 갱물. 지긋지긋하다.
나 : 제사 한두 번 지내? 직접 가져오면 되지. 뭐 대단하다고 소리를 쳐!
화가 나 방으로 들어갔다. 나 없이 제사는 진행됐다. 동생은 자기 집으로 갔다. 엄마는 밥을 먹으라고 한다. 먹기 싫었지만 먹는다. 그리고 방으로 들어갔다. 집 안은 냉랭하기 그지없다.
먹지 않는, 결국 버리는 음식도, 내 돈도 너무 아깝다. 엄마는 왜 제사에 집착할까? 불편한 밤이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