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를 탔다.
나는 앞 좌석에. 엄마는 뒷좌석에.
문을 닫았다. 택시가 출발한다.
악!
소리에 택시가 멈췄다.
엄마가 미처 타지 못한 채 택시가 출발해 버린 것이다. 택시에 왼발을 걸치고, 문을 잡고 버틴 것이다. 난 허겁지겁 택시에서 내렸다.
엄마가 멍하니 서 있다. 넋이 나갔다.
나, 저 택시 안 탈래
난 일단 타라고 말하고, 기사에게 보험 접수를 요청했다. 큰 병원에는 가지 않았다.
가까운 동네 병원. 사직사거리에 있는 김옥년 정형외과. 병원이 문을 닫았다. 일요일이었다. 다음 날 가기로 한다. 잘못된 판단이었다.
엄마는 가게 문을 닫고 일찍 집에 들어왔다.
다음 날 난 휴가를 쓰고, 병원에 갔다.
어이없게 나도 허겁지겁 내리다가 다리를 삐끗했다.
엄마는 온몸이 뒤틀렸는지 통증을 호소한다.
절뚝. 엄마가 노인이라는 걸 생각 못했다.
김옥년 정형외과에서는 큰 병원에 가보라고 한다. 청주사람은 알다시피 되게 작은 병원이다. 교통사고는 후유증까지 생각해야 한다며 정밀 검사를 권했다.
이 때라도 큰 병원을 가야 했다.
엄마는 그럴 상황이 아니다. 일이 많이 밀려 있다. 하는 수 없이 동네에서 그나마 입원실이 있는 병원을 찾아간다. 그곳에서 X-ray 검사를 받는다. 엄마의 온몸이 퉁퉁 부어올랐다. 얼굴도 퉁퉁.
병원에서 검사를 진행하는 도중 택시 기사에게 연락이 왔다.
괜찮으세요? 난 파스 사드리려고 했는데.. 그렇게 입원할 줄은 몰랐어요.
어처구니가 없었다. 12대 중과실을 저지른 사람이 할 말은 아니다. 화가 치밀었지만, 치료가 우선이다. 보험처리도 됐다. 이 인간과 상대 안 하면 그만이다.
엄마는 2주 입원 후 퇴원을 했다. 그때 후유증으로 다리를 절뚝 거린다. 버스나 택시를 타고 내릴 때 차가 떠나가는 듯한 공포를 느낀다. 단순 교통사고가 이렇게 한 사람의 몸과 마음을 오랫동안 아프게 한다.
난 죄책감에 시달렸다. 내가 엄마 옆에만 탔어도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
많은 사람들이 말했다. 왜 옆자리에 안 탔어?
그리고 다들 그만하길 다행이다라고 했다. 버티지 않았으면, 차에서 떨어졌으면 어쩔 뻔했냐며. 그 말에 안도가 되면서도 화가 났다.
다행? 이런 일이 벌어진 게 다행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