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맞은편에는 할머니가 계신다. 보호자는 친아들이다.
입원실 간병인들은 할머니 아들에 대해 입모아 효자라고 칭찬한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할머니는 대소변을 못 가리시고, 누워 계신다. 치매 증상도 있다. 특히 특정 질환을 가지고 계셔서 더 힘드실 것 같다.
나도 힘들었다. 할머니의 보호자는 남자분이다. 한 40대 후반쯤? 난 첫날부터 불편했다. 편하게 누워있고 싶은데 날 쳐다보지 않는다 해도 불편했다. 왔다 갔다 어떻게 눈길이 가지 않으리.
아무리 이 구역의 미친년이라고 해도 그들의 낙을 뺏을 수는 없는 일이다. 그날 이후 난 커튼을 열었다.
섬망. 사실 처음 듣는 단어였다. 대각선 간병인 입에서 나온 말이다. 맞은편 할머니는 가래 끓는 목소리로 아들과 자주 대화를 했었다. 밤낮 가릴 것 없이. 그런데 가끔 아들은 왜 이상한 소리 하냐고 입을 막았다.
양치와 식판, 화장실, 물리치료 이 모든 것을 해결하려 입원실을 나선다. 누군가 말을 건다. 같은 병실의 환자다. 내 또래로 보인다. 나에게 자리를 바꿔 달라고 부탁한다. 잘 됐다. 흔쾌히 승낙했다.
기분이 좋다. 왜냐? 맞은편 할머니의 목소리도 멀어지고, 아들과도 멀어진다. 또 다른 이유는 옆 간병인의 간이침대가 내 침대와 붙어 있다. 간병인이 움직일 때마다 진동 때문에 내 몸이 아팠다.
자리를 바꿨다.
할머니는 하루 종일 설사를 하셨다. 친아들은 화를 내기 시작했다. 모자의 목소리가 병실에 퍼졌다. 이해한다. 긴 병에 효자 없다. 고통에 낮과 밤을 가리지 않는 할머니의 울음소리, 아들의 목소리 때문에 미쳐버릴 것 같았다.
할머니의 몸이 점점 안 좋아져 띡띡 거리는 기계를 몸에 부착했다. 그 기계는 수시로 고장 나 알람이 울렸다. 아들은 점점 더 예민해져 갔다. 간호사들에게 퍼붓고, 할머니에게 퍼붓고, 그 소리는 온전히 내 귀로 들어왔다.
결국 나는 미쳤다.
새벽에 침대에서 대성통곡을 한다.
왜 내가 이런 곳에 있어야 돼? 내가 왜? 숨쉬기가 힘들다.
간호사들이 몰려왔다. 진정이 안된다. 나를 감싸 안아주셨다. 정신을 차려보니 창피하다. 이곳을 벗어나고 싶었다. 처음 보는 간호사선생님의 얼굴이 얼룩덜룩하다. 난 결정했다. 이곳을 떠나기로. 퇴원하기로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