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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원장 Jul 15. 2024

네 줄에서 시작된 새로운 꿈

우쿨렐레의 도전으로 새로운 꿈을 꾸다

코로나19가 시작되며 모든 일상이 묶였다. 즐겨하던 운동인 탁구는 실내 운동이라 할 수 없게 되었다. 우울해진다. 틈나면 혼자서 송도 배수지 공원 트랙을 도는 것이 전부였다. 때마침 육아종합지원센터에서 보육 교직원들의 정서 안정을 위해 우쿨렐레 강습회원을 모집한다. 늘 기타가 배우고 싶던 차다. 우쿨렐레를 배우면 기타도 쉽게 배울 수 있지 않을까 싶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신청했다. 첫 회기의 수업은 연수구 관내 원장 열두 명의 인원이 함께했다. 한 달에 한 번 받는 무료 강습이다. 그나마 코로나19로 거리 두기가 강화되면 띄엄띄엄 건너뛰는 달도 있었지만 나름 신선했고 재미있다.

    

처음 접해보는 우쿨렐레다. 리듬도 어렵고 코드도 어렵다. 남들보다 못하면 그들보다 더 열심히 연습하면 될 거란 막연한 자신감은 있다. 근거도 출처도 모르는 자신감이다. 기죽지 않고 즐겁게 열심히 배웠다. 휴일이면 코로나19로 갈 곳도 만날 사람도 없다. 우쿨렐레 연습만 주야장천(晝夜長川) 해댔다. 강습도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열심히 받았다. 그 과정을 즐겼다. 점점 실력이 는다. 그러니 자신감도 더 상승한다. 구청과 센터에서 작은 공연도 두어 번 했다. 2년간 코로나19 확산 중에도 우쿨렐레 수업받은 첫 회원은 명예 졸업을 하란다. 다른 원장님들에게도 골고루 혜택을 주어야 한단다. 그간 꾸준히 참여한 회원은 처음 열두 명의 원장님 중 나를 포함 다섯 사람뿐이다. 센터의 보육 지원 선생님으로부터 개인별 손 편지와 함께 멋진 우쿨렐레 벨트를 선물로 받았다. 열심히 지도해 준 것도 감사한 마음인데, 열심히 했다고 선물까지 주시니 가슴이 뭉클하고 뿌듯하다. 

   

 명예 수료한 다섯 명의 원장님들은 수료 후에 우쿨렐레 원장 자율 모임을 결성했다. 이대로 우쿨렐레에서 손을 떼고 싶지 않다. 자율적으로 가끔 모여서 연습도 했다. 그러다 보니 우리를 필요로 하는 곳이 생겼다. 오월 어린이 달을 맞아 연수구 육아종합지원센터에서는 “쑥쑥 팡팡 놀이터”를 연수구 체육공원에서 개최했다. 다양한 놀이 체험 부스를 준비해서 연수구 영유아 가족들이 놀이를 체험하며 즐기는 행사다. 이 행사에 우리가 초대받은 것이다. 개막 무대와 행사 중간 두 번의 공연을 부탁받았다. 이렇게 찾아주는 곳이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 우리는 바쁜 시간 틈틈이 모여 연습도 했다. 옷도 같이 맞춰 입었다. 오 월 이십일 토요일 새벽부터 잠에서 일찍 깼다. 날씨는 쾌청하고 맑다. 우리는 마지막 예행연습도 할 겸 행사 시작 한 시간 전에 행사장에서 만났다. 센터 선생님들은 이른 아침부터 행사 준비에 바쁘다. 구슬땀을 흘린다. 규모가 생각보다 훨씬 큰 행사다. 이렇게 많은 준비를 해놓았는데 많은 사람이 참여해서 체험하고 즐겁게 지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행사 시작 전 미리 만나 동선과 입장 순서 등 최종 예행연습을 하고 대기 장소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사회자가 우리 공연을 소개한다. 각각 어느 원의 원장 아무개란 호명을 하면 한 사람씩 무대로 나갔다. 내가 호명되어 입장했다. “우와 우리 원장 선생님이다” 하는 소리가 들린다. 반가운 마음에 관객 쪽을 보니 우리 졸업생 가족이다. 아이는 손을 흔들고 서 있고, 부모님께서는 핸드폰으로 동영상을 찍고 계신다. 나도 가볍게 손을 흔들어 인사를 했다. 공연은 어린이집의 일과 송을 연주했다. 처음 등원해서 부르는 안녕 송을 시작으로 간식 송과 … 대여섯 곡을 준비해서 연주하며 노래를 불렀다. 우리의 반주에 맞춰 아이들과 부모님이 어우러져 부르는 노래는 청명한 오월의 하늘에 울려 퍼졌다. 작은 재능이나마 남들과 더불어 더구나 우리의 귀여운 아가들과 함께 할 수 있어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었다. 

    

공연이 끝나고 센터장님께서는 원장님들의 우쿨렐레 연주와 노래는 환상적이었으며, 행사의 꽃이었다는 찬사와 함께 다음 구월에 있을 보육 교직원들의 배드민턴 대회에도 공연초청을 해주셨다. 여기저기서 카톡이 온다. 나를 아는 학부모님들께서 잘 보았단다. 카톡으로 동영상과 사진도 온다. 어느 학부모는 자기 회사 동료로부터 “드디어 재롱이 원장님 실물 영접”이란 메시지와 나의 사진을 카톡으로 받았단다. 회사에서 재롱이 원장님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궁금해했는데 사회자가 재롱이 원장님을 호명하니 반가워서 얼른 사진을 찍고 자기 회사 동료인 우리 학부모님께 보냈단다. “원장님의 인기는 연예인과 같다”라고 말한다. 쑥스럽지만 싫지 않다.      


코로나19로 힘들 때 우쿨렐레는 나의 우울함을 달래주고 생활에 활력을 주었다. 그 끈으로 작으나마 나의 재능도 기부하며 즐기고 있다. 또 그 자신감으로 지금은 통기타도 배우고 있다. 언젠가는 드럼과 피아노도 배울 계획이다. 이렇게 하나둘씩 악기를 배우다 보면 1인 밴드도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새로운 꿈도 생겼다. 방음 장치를 해놓은 내 작은 방에서 음악과 함께 하는 노년의 삶을 그려본다. 네 줄의 작은 악기 우쿨렐레와의 인연은 내게 또 다른 새로운 꿈을 꾸게 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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