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어 삼가야 할 행동
세상을 탓해야 하나? 이런 내가 문제인가? 잠시 고민하게 하는 밤이다. 아들아이가 요즘 직장 일과 공부를 병행하면서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있다는 이야기를 며늘아이의 전화로 대충 들었다. 직장 일도 열심히 하며 자기 계발도 게을리하지 않는 아들로 대인관계 역시 좋은 듯하다. 엄마로서 그런 아들이 대견하고 뿌듯했다. 친절하고 좋은 사람을 많이 만나는 것은 삶에서 큰 재산이다. 잘 살며 잘 발전하고 있구나! 흐뭇했다.
잠시 후 친절하고 좋은 사람들이란 말에 생각을 뒤집어 보게 된다. 오랜 지인도 아니고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의 과잉 친절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도 될까? 하는 생각이 퍼뜩 스친다. 아들아이가 누군가의 말에 쉽게 흔들리는 사람이 아닌 건 알고 있지만 친절을 가장한 사기꾼들이 판을 치는 세상이 아닌가? 더구나 서울은 눈뜨고도 코 베이는 세상이란 말도 들었다. 걱정 많은 나는 또 걱정 하나가 생겼다.
아이들에게 작문의 카톡을 보냈다. “좋은 사람을 많이 만나는 건 축하할 일이며 큰 재산이다. 그런데 오래 알던 사람도 아니고 격 없는 친절은 조금 생각해 볼 일 인듯싶구나! 요즘 전화 금융사기에 사기꾼들의 이야기가 많다. 사기 치는 사람의 기본은 친절로 시작한단다. 항시 밝은 눈으로 좋은 사람을 잘 사귈 수 있도록 너희 둘 같이 상의하고 같이 공유하면 좋을 것 같다. 엄마의 노파심이구나!” 하고 카톡을 누르는 순간 후회했다. 아이들이 어련히 알아서 잘할까, 잘하고 있는 성인이 된 아이들에게 주변을 맴도는 헬리콥터 맘처럼 괜한 걱정을 했구나 싶다. 다시 삭제하려 했지만 내 핸드폰에서만 삭제가 되고 상대의 핸드폰에서는 삭제가 안 된다는 안내문이 뜬다.
예상대로 아들아이의 답은 “예 잘할게요. 걱정하지 마세요.”란 짧은 대답이다. 며늘아이도 카톡을 확인하고 답이 왔다. “어머님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어머니 말씀 꼭 새겨듣고 남편과 서로 뭐든 같이 상의하고 결정할게요.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까지, 덧붙여 답이 왔다. 그런 대답에 괜스레 세상을 탓하며 “요즘 세상에 이런저런 방법의 사기꾼들이 많다 보니 나이 먹은 사람의 노파심이구나 이해해 줘서 고맙다.”라는 답으로 민망함을 해소했다. 말을 해놓고 왠지 안 할 걱정을 했구나! 나이 든 사람의 잔소리로 들릴 것 같은 생각에 겸연쩍었다.
생각해 보니 눈 오면 길 미끄럽다. 조심해라, 추우면 감기 들라 옷 따습게 입고 다녀라, 차가운 음식, 단 음식은 건강을 해친다. 많이 먹지 마라, 자주 이야기하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아들과 며늘아이는 결혼 전부터 스스로 알아서 잘하는 아이들이다. 그런데도 이런 말 해대는 내가 괜한 노파심인 걸 또 한 번 깨달았다. 나잇값 하기 위해 조심하며 자제하려 노력하면서도 가끔 이런 노파심이 발동하면 자제가 안 된다. 이번 일로 또 한 번 나잇값은 잔소리가 아니고 지켜봐 주고 지지해 주는 것임을 생각해 본다,
오늘 아침 출근길에 꽃샘추위로 날씨가 추워졌다. “오늘 또 추워졌다. 옷 단단히 입고 출근해라” 하고 카톡을 보내고 싶다. 속으로 빙긋 웃으며 잘하고 다닐 텐데 또 괜한 노파심이구나! 생각하며 나잇값을 하려면 입은 닫고 주머니는 열란 말을 생각하며 카톡 보내고 싶은 마음을 꾹 눌렀다.